코스피 26% 뛸 때 S&P500 1.7%…"미국 올인 위험" 월가 눈 돌렸다

조한송, 윤세미 기자
2026.02.12 04:20

트럼프 전세계 관세 발표에 달러가치 하락 → '셀' 가속… 中 "美국채 비중 낮춰라" 불확실성에 기름 부어
"분산투자 '새 종교' 찾은것… 셀 아메리카 시즌2는 아냐"

연초 이후 주요 해외 증시 상승률/그래픽=김다나

미국에 치중하던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바깥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 한국을 비롯, 아시아·유럽 증시의 상승세가 있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일 종가까지 주요 글로벌 지수 가운데 한국 코스피는 26%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12%, 홍콩 항셍지수 5.4%, 유럽 유로스톡스600지수 4.8% 순이다. 미국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1.7%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자산운용사 레조네이트웰스파트너스의 CIO(최고투자책임자) 알렉스 길리아노는 "올해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유럽과 일본 주식에 더 많은 자금을 배정했다"고 WSJ에 설명했다.

◇해외주식에 눈 돌리기 시작한 월가 "자금이동 시작"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촉발한 불확실성도 한 요인이다. 투자분산은 지난해 4월 이후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부과를 발표한 시점부터다. 달러가치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미국주식과 국채, 그 외 달러표시 자산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셀 아메리카'(미국자산 매도)가 나타났다. 특히 달러화 약세는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에 기름을 부었다. 달러로 해외주식을 매입하면 환율변동시 차익을 낼 수 있어서다.

미 국채금리(수익률)의 변동성이 높아진 것도 투자자들이 미국자산 매도에 나선 원인으로 평가된다. 전세계 중앙은행 등 공공기관과 민간을 포함, 지난해 1~11월 미 국채를 가장 많이 순매도한 국가는 1167억달러(약 169조56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중국으로 나타났다. 인도, 브라질이 뒤를 이었다.

때마침 중국 당국은 자국 은행들에 미국 국채 보유비중을 낮추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번 지침이 급격한 시장변동 노출을 우려한 것이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발 불확실성이 커지면 유럽과 일본 등 전통적인 채권국들도 중국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트럼프행정부가 동맹국을 소외시키는 정책을 이어가거나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 우려가 지속될 경우 등이다.

◇셀 아메리카 시즌2일까…"미국 여전히 훌륭해도 올인은 위험"

에릭센즈캐피탈의 데미언 로 CIO는 "전반적인 추세는 분명하다"며 "해외기관, 즉 정부와 민간기관 모두 미국자산, 특히 국채에 대한 과도한 투자비중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WSJ는 모든 금융기관이 미국 밖으로 돈을 보내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최근 금융기관들의 해외주식 매수 열풍이 '셀 아메리카 시즌2'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WSJ는 "대부분 전문가는 여전히 미국이 전세계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다만 지난 몇 년간 보여준 것만큼 압도적인 격차로 앞서 나가지는 못할 것이란 의미"라고 전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머서어드바이저스의 돈 칼카니 CIO는 "우리는 여전히 미국 시장이 매우 이례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 내 정책 변동성이 높아지며 미국자산 집중은 위험하단 인식이 시장에 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고객이 이제 왜 해외기업 주식을 더 많이 갖고 있지 않느냐고 우리에게 묻는다"며 "투자자들이 국제적 분산투자라는 마치 새로운 종교를 찾아낸 것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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