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자금이 강력한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면서 투자자 예탁금도 10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의 증시 자금 유입이 과거 고점 신호로 여겨졌지만,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이 모이면서 구조적 변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5000에서 6000까지 오른 약 한 달간(지난 1월28일부터 지난 24일까지) 개인은 2조333억원을, 기관은 9조5721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3조654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상승할수록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도 커졌다. 코스피가 4000에서 5000까지 오르는 3개월간(지난해 10월28일부터 지난 1월27일까지) 개인은 3조2835억원을 순매도했고, 3000에서 4000으로 오르는 약 4개월은 24조8051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ETF를 통한 개인 순매수도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기관 투자자 순매수 중 금융투자 부문은 개인의 ETF 매수의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이 ETF를 매수하면 LP(유동성공급자)가 이를 설정·환매하면서 ETF 구성 종목을 시장에서 매입하게 된다. 해당 물량이 기관 중 금융투자 수급으로 집계된다.
금융투자 순매수는 코스피가 3000에서 6000까지 오르는 동안 꾸준히 우상향했다. 3000에서 4000 사이 구간에는 10조7887억원, 4000에서 5000 사이 구간은 19조5163억원, 5000에서 6000 사이 구간은 10조7780억원 순매수가 일어났다.
투자자 예탁금도 급격히 늘었다. 코스피가 5000을 넘긴 지난달 28일 이후 투자자 예탁금은 꾸준히 100조원을 웃돌았다. 지난 2일에는 11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가 4000~5000 사이 기간에는 76조~100조원 수준이었고, 3000~4000 구간에는 65조~87조원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 자금이 부동산에서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피터 김 KB증권 글로벌투자전략가는 코스피 5000 달성 직후 "금융 자산에 대한 부동산의 과도한 집중이 곧 반전될 것"이라며 "이것이 앞으로 10년간 한국에서 일어날 가장 심오한 변화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개인의 '머니무브'가 달라진 개미(개인투자자)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개인이 개별 주식 매매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ETF와 같은 지수 전반에 베팅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개인 순매수 확대는 고점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쉬웠는데, 특히 2020년~2021년 팬데믹 이후 경험은 개인 자금 유입을 과열의 전조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면서 "이번 흐름은 개인의 자금 유입 경로가 ETF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당시(팬데믹 직후)와 구조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팬데믹 발발 직후 2021년 초부터 같은 해 3월 말까지 13주간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코스닥 현물을 42조원 매입했다. ETF 매수는 미미했다. 반면 지난해 말부터 지난 20일까지 13주간의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코스닥 현물을 순매도했고, ETF는 약 13조7000억원 순매수했다. 이 중 코스피·코스닥 등 증시 전반에 투자하는 시장형 ETF 유입이 8조4000억원으로 61%에 달했다.
노 연구원은 "이번 개인의 머니무브를 단순 고점 신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ETF 중심으로 수급 유입은 지수 및 대표 주 중심의 수급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순매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수급도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YTD) 코스피에서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했지만, 이는 반도체·자동차 등 급등한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 움직임일 뿐이라는 것이다. YTD 기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11조1554억원)·SK하이닉스(5조6152억원)·현대차(5조2376억원)이다.
반면 지수를 통해 한국에 투자하는 EWY(iShares MSCI South Korea ETF)으로는 올해 들어 약 4조7000억원이 유입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유입액인 약 2조6000억원을 두 배 가까이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의 대부분이 반도체(약 15조원), 자동차(약 6조원)에 집중됐음을 감안하면 연초 폭등에 대한 차익실현 성격이 강해 보인다"며 "동시에 단순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패시브 수급 유입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