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FLOW]

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스타다.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이름을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현대 예술의 상징이다. 단일 경매에서 2000억원이 넘는 작품을 팔아치웠을 정도로 최고의 '셀링 머신'으로 손꼽힌다. 반면 부정적 시각도 있다. '싸구려 죽음'의 판매자, 동물 학대자, 작품 공장 등 수많은 꼬리표가 붙어 있다.
30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이 다음달 28일까지 여는 데미안 허스트의 '블록버스터 전시'도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30억원이라는 전시 비용이 과도하다는 비판부터 기획 주도권을 내줄 것이라는 우려, 과격한 작품세계에 대한 반발 등 비판이 빗발쳤다. 정부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흥행을 노리고 상업적 전시를 개최하는 게 맞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달 남은 이 전시는 볼 가치가 있을까?
직접 본 데미안 허스트전은 '이름값'을 한다는 느낌을 줬다. 하루 수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인기 전시답게 파격적인 콘텐츠와 재치 넘치는 구성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구부터 거대한 그림과 허공에 떠 있는 공, 빙글빙글 돌아가는 초대형 원판까지 여느 미술 전시도 흉내내지 못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단연 백미는 실제 생물들을 이용해 만든 '천년, 1990'과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불가능성'이다. '천년, 1990은 유리 상자에 죽은 소의 머리를 넣고, 말라붙은 피와 수천마리의 파리가 달라붙은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불가능성'은 아예 상어 시체를 통째로 포름알데히드(방부제)에 쑤셔 박았다. 거대한 수조 안에 있는 상어를 우리나라로 옮겨오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
이 같이 파격적인 미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거나, 현대미술에 입문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전시다. 실제 인간의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어 만든 '신의 사랑을 위하여'나 자신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은 다른 전시와 다른 몰입감을 제공한다. 나비 날개로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수많은 알약 등은 마치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듯 '재미있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데미안 허스트의 진본을 보는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대표작 50여점을 망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저하게 상업적인 전시라는 인상은 보는 내내 지울 수가 없다. 현대 예술이 으레 그러하듯 난해한 부분은 이해하더라도 혐오스럽고 고어한(끔찍한) 묘사나 충격적인 작품관은 예술을 추구한다기보다는 '팔리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한 예술 평론가는 "본인 작품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자작극까지 벌이는 허스트의 의도를 옮겨놓은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독자들의 PICK!

지나치게 과격한 작업 방식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독일에서 동물 보호법 위반으로 작품이 철거된 전적까지 있는 허스트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의 죽음을 강요한다. 인간의 시체도 필요하다면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지난 16일에는 국내에서도 전시 반대 시위가 열렸다. 흥행에 급급한 나머지 충분한 합의 없이 비윤리적인 전시를 강행했다는 의미다.
이같은 장애물을 곱씹어 본 뒤에도 흥미가 솟는다면 한 번쯤은 그의 파격적 작품을 보러 갈 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작가'로 꼽히는 현대예술의 거장을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도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마련된 무대다. 종로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그만의 파격적인 작법은 가장 비판적인 관람객이라도 분명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