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올들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와중에도 일부 대형 외국계 자본은 SK하이닉스·금융 지주사 등에서 지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블랙록, 웰링턴, 아티잔파트너스,모간스탠리 등 외국계 자본이 올들어 국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반도체, 금융, 전기, 전자부품, 통신 등에서 선별적으로 매수했다.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는 SK하이닉스,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삼성전기,KT&G, DB손해보험 등의 지분율 늘렸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 확장과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블랙록은 지난 20일 공시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0만808주(지분율 0.01%)를 추가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블랙록의 지분율은 기존 4.99%에서 대량 보유자 기준(5%)에 닿았다. 블랙록이 SK하이닉스 지분율 5%를 넘긴 것은 지난 2018년 5월 이후 약 7년 9개월만이다. SK하이닉스는 AI 산업 확장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 현상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블랙록은 전날 공시에선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이 7.1%로 증가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고 공시했다.
이는 기존 캐피탈리서치앤드매니지먼트 컴퍼니를 제치고 2대 주주에 오른 것이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블랙록은 우리금융지주 지분도 7%로 늘리며 2대 주주가 됐다. 우리금융에서는 지분율을 국민연금도 제쳤다. 은행은 대표적인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재평가 가능성이 회자돼 왔던 종목이다.
블랙록은 DB손해보험도 5% 이상 보유 중이라고 지난달 공시했다. 이달엔 삼성전기도 5.01% 사들였다.
웰링턴 매니지먼트는 수익성이 안정적인 종목군인 통신주에 주목했다. 지난달 KT 지분을 6.53%로 0.39%포인트 높였고 SK텔레콤은 신규 매수해 5.01%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아티잔 파트너스는 방위산업에 주목했다. 방위산업 부품사 앰앤씨솔루션 지분을 5.25% 보유했다고 공시하면서 대량 보유자가 됐다.
전자부품도 주목을 끌었다. 모건스탠리 앤 씨오 인터내셔널은 지난 19일 PCB(연성회로기판) 제조사 비에이치 지분 5.65%를 보유해 5% 이상 보유자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외국 자본들의 행보가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린 기계적 매수인지, 아니면 장기 성장 모멘텀(상승동력)을 본 것인지 주목한다. 실제로 지수 상승 구간에서 외국인 전체는 차익 실현을 하더라도 운용사별로는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신규 매수가 병행될 수 있다.
한편 지난 27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 내린 6244.13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6조8280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들어 전날까지 13조873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거래분을 합산하면 외국인은 불과 2개월 간 20조원 넘게 주식을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