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에만 750곳… '벼락치기 주총' 여전

김지현 기자
2026.03.17 04:00

안건 사전검토·숙지시간 부족
의결권 등 주주권익 훼손 우려

750개의 국내 기업이 같은 날 주주총회를 여는 '슈퍼 주총데이'가 올해도 반복된다.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됐지만 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의결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주주총회가 예정된 2497개사 중 1590개사(64%)가 다음주에 진행한다. 오는 26일에만 750개사(30%), 27일에 460개사(18%)가 몰렸다.

주총이 특정 날짜에 겹치는 '슈퍼 주총데이'는 고질병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2024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2440개사 중 1627개사(66.7%)의 정기주총 날짜가 겹쳤다.

전문가들은 주총 쏠림의 원인으로 기업 편의주의를 꼽는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총 날짜를 바꾸면 결산일을 바꾸거나 공시할 보고서들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등 실무적으로 번거롭고 대주주들은 내부상황이 대중과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사의 3월 정기·임시주주총회 일정/그래픽=이지혜

수백 개의 기업이 하루에 주총을 열면 투자자 참여가 어렵다. 이와 관련,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 행사) 강화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수백 개에 달하는 기업의 안건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와 함께 2018년부터 '주주총회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20년 상법개정을 통해 4월 중에도 주총을 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프로그램 참여기업 중 집중예상일을 피해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는 957개사(39.3%)에 그쳤다.

주총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숙지할 시간도 부족하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일반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상장회사 주주총회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사전통지 기간이 15일 미만인 나라는 한국 등 5개국(10%)에 불과하다.

황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주총 소집통지 시기에 맞춰 최소한 주총 2주 전에는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가 제출되도록 상법과 외부감사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회사법을 개정한 일본 사례처럼 서면으로 발송하는 소집통지는 2주 전에 하더라도 전자공시는 3주 전에 하도록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주총 쏠림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전자주주총회가 꼽힌다. 1차 상법개정을 통해 전자주주총회가 의무화돼 다음해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등이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위한 정관개정 안건을 상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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