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발발 후 2차전지주들이 연초 상승분을 반납하거나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2차전지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ESS(에너지저장장치)를 기반으로 한 실적 개선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19일 거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1만2500원(3.26%) 하락한 3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은 3% 하락했고 엘앤에프는 2% 하락했다. 삼성SDI는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리튬 가격 급락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2차전지주는 연초 피지컬 AI(인공지능) 기대감에 힘입어 한차례 반등했다. 전기차 대비 휴머노이드 로봇의 짧은 교체 주기와 광범위한 활용처를 고려하면 2차전지주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리튬 가격도 반등하며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란 사태가 발발한 뒤 2차전지주들은 낙폭을 확대하거나 횡보세를 이어갔다.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28일 장중 45만5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30만원 후반까지 조정을 받았다. 삼성SDI도 지난달 27일 장중 47만35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40만원 초반선까지 내려왔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2차전지주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지만 지정학적 갈등에서 2차전지의 노출도가 낮고 원유 변동성이 심해지면 2차전지가 대체 에너지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란 사태가 운임 상승을 유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EV(순수전기차) 수요와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AI 산업이 학습에서 추론단계로 전환되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2차전지주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 전력테마를 주도했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와 가스터빈 등은 실제 설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ESS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모간스탠리는 "AI 학습과 달리 추론은 실시간 사용자 반응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격히 요동칠 수 있다"며 "ESS는 전력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 다른 에너지원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ESS 연간 신규 설치량은 CAGR(연평균성장률) 30%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날 미래에셋증권은 ESS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LG에너지솔루션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52만원을 유지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기준 북미 지역 ESS 생산 능력 전망치를 기존 47GWh(기가와트시)에서 60GWh로 상향조정한다"며 "ESS 매출액 추정치 역시 기존 10조2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상향조정한다. 북미 지역 ESS 수요가 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도 공격적으로 ESS 라인전환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ESS 시장 확대를 반영해 삼성SDI 올해 영업이익이 3520억원으로 연간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목표주가를 32만원에서 42만원으로 높였다.
한편 전날 현대차증권은 엘앤에프에 대한 기업분석을 개시하고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5만원을 제시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상승으로 당분간 재고평가 이익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가 급등은 재생에너지, ESS, EV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