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사모펀드 규제 법안 심사 과정에서 사모펀드운용사협의회(이하 PEF협의회)가 규제 비용 부담이 크다며 제출한 반대 의견(정보 교류 차단 체계 신설 관련)이 검토 보고에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사모펀드 규제가 기존 규제와 겹친다며 금융투자협회가 제출했던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입법 대안이 검토선상에 올랐다. 사모펀드업계는 법정 단체 설립 등을 통해 사모펀드 압박에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국회와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재상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 정무위는 검토보고서(정명호 수석전문위원 작성)를 내고 "입법 취지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PEF협의회가 국회에 제출한 반대 의견서에서 개정안에 담긴 정보 교류 차단 체계 신설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삭제 필요성은 검토보고서상에서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토보고서는 법안 추진 과정에서 나온 각종 반대안들에 대해 "향후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이를 고려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수석전문위원의 원론적 의견만 담았다. 다만 금융투자협회가 지적한 중복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대주주 변경 시 별도의 등록 의무를 추가하기보다는 등록 시 적용되는 적격요건을 갖추도록 명시하는 입법적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예외적으로 대안 검토를 권고했다.
정보 교류 차단 체계란 사모펀드 운용사 내부에서 한쪽 부서가 알게 된 기업 비밀을 다른 부서가 몰래 이용하지 못하도록 사원 간 물리적·전산적 차단망을 설치하는 체계를 말한다. PEF협의회는 국회에 "국내 운용사 대부분은 소수 인력 중심의 프로젝트형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 추가 인력 채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사모펀드 주요출자자에 대한 자격 심사 조항이 신설되는 것에 대해 면제를 요청했다. 증권사 같은 금융투자업자는 이미 기존 법으로 대주주 자격 심사를 받고 있으므로 같은 심사를 또 받게 하는 건 중복 규제라는 것이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 논의의 출발점은 2024년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다. MBK파트너스는 2년 전 고려아연 신사업 투자 자문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내부 자료를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M&A(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자문 과정에서 얻은 기밀자료를 인수 전략에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해 4월 MBK파트너스 사무실과 경영진 거주지 등 12곳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수사로 비화했다. 다만 MBK파트너스 측은 수사 대상이 아닌 참고인으로서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며 검찰의 수사 자료 수집 차원이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MBK파트너스가 인수(2015년)한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 규제 관련 입법 취지에 대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감독수단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업무집행사원(GP·운용사)의 주요출자자의 적격요건을 추가하는 등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로서 금융시장의 안정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크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며 업무집행사원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준법감시인 선임을 의무화함으로써 책임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국내 GP로 등록한 운용사에 한해 적용되는데 역외에서 펀드 형태로 국내에 투자하는 해외 사모펀드는 규제 대상에 속하지 않아 역차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모펀드 인사의 거액 보수 수령, 인수 기업 이사회 문어발 겸직 논란 등 사모펀드 논란을 고조시켜 왔던 일련의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는 출자 이후 자금회수까지 기간이 장시간 소요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위험성이 감안된 결과임을 고려해야 하며, 대다수 겸직은 무보수로 진행된다"고 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율 협의체인 PEF협의회는 사모펀드 규제가 강화되는 사회적 추세에 대응해 협회 등 비사단법인 형태의 법인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업계를 대변하고 대외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법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