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짓는다고? '주가 폭등'…떼돈 벌 기회 놓쳤네

반준환 기자
2026.04.19 10:00

[반준환의 미국 스몰캡(19)]엔디비아 데이터센터로 떼돈 번 스털링 이야기(上)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사진=스털링 홈페이지

이란 전쟁의 포연이 걷히면 중동에 거대한 재건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전쟁초기 미국의 인프라·건설업체에 대한 베팅이 있었던 배경인데, 최근 월가의 시각은 정 반대다. 이란 뿐 아니라 사우디,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피해를 입은 주변국에 켜켜이 쌓인 반미정서가 상당해졌다는 것이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쥔 국가들이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들에게 순순히 지갑을 열겠냐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 이라크 전쟁 후 재건공사를 독식했던 KBR이나 파슨스 같은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다.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 하향이 잇따른다. 파슨스만 해도 4월13일 베어드가 '중동 매출 약 20% 감소' 전망을 근거로 투자의견을 하향했고, 이틀 뒤 키뱅크가 뒤따랐다. 전후 중동 수주에 대한 월가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건설섹터 투자를 고려했던 기관들은 중동특수는 어렵다고 보고 미국본토에서 제대로 사업을 하는 곳을 찾는 중이다. 이런 스마트 머니가 돌아가는 곳을 보면 플러스 알파를 찾을 수 있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 인프라 기업 스털링 인프라스트럭처(Sterling Infrastructure, STRL, 이하 스털링)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털링은 AI(인공지능)업체들이 의뢰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공사를 전담하고 있다.

미국 골드러시 때에는 금을 캔 사람보다 곡괭이 제조업체가 돈을 더 벌었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 5년전 1000만원으로 엔비디아를 샀다면 1억4400만원이 됐지만 스털링을 샀다면 1억8000만원이 됐다. 미국에서는 AI 시대의 곡괭이 가게와 같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국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회사다.

적자공사 도맡던 도산직전 건설회사, 어떻게 살아났나

스털링 공사현장 사진/사진=회사 홈페이지

1955년 스털링 컨스트럭션(Sterling Construction)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이 회사는 수십 년간 미국 남부의 도로·교량 공사를 하던 지역 건설업체였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스털링은 고속도로를 깔고 다리를 놓는 평범하고 지루한 토목 회사였다. 마진이 낮은 공공입찰만 전전하다가 2015년에는 그야말로 회사가 망할 뻔 했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곤 정부가 발주하는 최저가 입찰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 뙤약볕 아래서 아스팔트를 붓고 푼돈을 챙기는 것이 전부였다. 아무도 이 낡은 토목 회사에 베팅하지 않았다.

2015년 스털링은 현금흐름이 박살 나고 적자가 누적되는 최악의 위기를 맞자 은퇴단계의 원로 건설인인 폴 바렐로(Paul Varello)에게 임시 CEO로 일해줄 것을 부탁했다. 바렐로의 고용 계약서에 적힌 연봉은 단 1달러였다. 회사가 살아나면 대박을 낼 수 있는 양도제한조건부 보통주(restricted common stock) 60만주를 받기로 했다.

바렐로가 CEO로 선임된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조셉 쿠틸로를 데려온 것이었다. 2015년 49세의 나이로 전략·사업개발 부사장으로 합류한 쿠틸로는 스털링에 오기 전부터 기업회생 전문가로 이름이 높았다.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잉거솔랜드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에서 탄탄한 경영 실무를 익힌 후 건설자재업체 콘텍 엔지니어링 솔루션(CONTECH)에서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에는 2008년 사모펀드(PE)가 투자한 지하배관 복구 전문기업 인랜드 파이프 리해빌리테이션(IPR)의 CEO를 맡아 작은 스타트업 수준이었던 회사를 2억 달러 규모로 키워냈다

쿠틸로가 스털링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영진을 포함한 전 직원 면담과 사업분석이었다. 어떤 입찰에 어떤 가격으로 들어갔는지 어떤 프로젝트에서 왜 돈을 잃었는지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당시 스털링 직원은 1900명이었는데 공사현장 감독부터 장비운전수, 엔지니어, 회계 담당자까지 직접 만났다.

GE 시절 몸에 밴 프로세스 분석 훈련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 결과 경영진과 직원들이 무리한 매출목표를 맞추려고 마진이 적거나 적자인 프로젝트까지 수주하고 있었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후 쿠틸로는 매출이 줄더라도 적자 일거리는 맡지 않는다는 원칙을 회사에 정착시켰다.

스털링의 순손실은 2015년 860만달러에서 2016년 920만달러로 일시 확대됐으나, 쿠틸로가 CEO로 취임한 2017년에는 순이익 930만달러를 기록하며 화려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 역시 9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0%나 급증했다. 수익성 높은 주택 건설 인프라 기업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전략이 적중했다.

시장에서는 도박이라 비난한 대형 M&A가 잇따라 대박…이쯤이면?
조셉 쿠틸로 스털링 CEO/사진=회사 홈페이지

쿠틸로는 정부발주 공사에서도 리스크가 큰 장기 대형 프로젝트 비중을 낮췄다. 대신 짧은 기간에 끝나고 이익률이 확실한 민간공사에 집중했다. 2019년 스털링은 플라토 엑스커베이션(이후 플라토)이라는 애틀랜타 굴착 전문 회사를 무려 4억달러(당시 환율 약 4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스털링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규모였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가 엄청났다.

그러나 쿠틸로의 판단은 달랐다. 플라토는 애틀랜타 지역의 쇼핑몰 주차장과 신흥 주거단지에 땅을 고르는 공사에서 시작한 업체로 알려졌지만 2010년 이후에는 아마존 같은 e커머스 기업의 풀필먼트 센터, 구글·메타의 데이터센터 부지조성 전문업체로 체질을 바꾼 상태였다. 2018년 매출 2억9000만달러(약 4205억원), 3년 평균 매출성장률 12%, 잉여현금흐름 전환율 80%을 기록한 알짜회사라는 게 쿠틸로의 판단이었다.

플라토 인수는 대박으로 이어진다. M&A 딜 마무리 직후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쇼핑이 멈추자 아마존·월마트·타겟·페덱스가 미친 듯이 풀필먼트 센터와 물류 창고를 지었다. 2020년 한 해에만 미국 전역에 수백 곳의 신규 창고가 들어섰는데 플라토가 이를 독식한 것이다.

2021년 12월 쿠틸로는 또 한 번의 큰 베팅을 한다. 이번에는 뉴저지주에 있는 특수부지 조성 전문회사 페틸로(Petillo) 인수였다. 가격은 1억9500만달러(약 2760억원)이었다. 동시에 테네시주의 킴스&스톤(Kimes & Stone)도 760만달러에 인수했다. 페틸로 인수로 스털링은 미국 동부와 남서부 양쪽에서 e커머스 부지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됐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