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루메드, 넣자마자 빼갔다…유증 자금 82% 유출이 감사거절 불렀나

박기영 기자
2026.04.23 10:49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된 셀루메드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외부에 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 최대주주는 유상증자 직후 회사 계좌에서 자금을 빼내 집행을 막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감사의견 거절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3일 셀루메드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프라임코어에 140억원을 대여했다. 이는 지난 1월 현 최대주주인 티디랜드마크조합1호를 대상으로 실시한 170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금의 82%에 해당한다. 당시 셀루메드는 조달 자금 중 133억원을 채무상환에, 37억원을 운영자금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셀루메드는 지난해 미국 '프레데릭 에프. 뷰클'(이하 뷰클)과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176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중 21억원은 가압류를 통해 지급했고, 나머지 155억원 중 45억원만 지급한 채 나머지 금액을 갚지 못하고 있었다. 전 최대주주인 인스코비는 회사를 부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티디랜드마크조합1호에 넘겼다.

그러나 새 최대주주 측은 자금을 회사 계좌 밖으로 빼놓아 배상금 집행을 막았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인스코비가 보유한 셀루메드 지분의 장내매각을 둘러싸고 양측 간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오힘찬 티디랜드마크조합1호 대표는 "경영진을 선임하지 못하고 경영지배인만 선임한 상황이라 자금을 다른 계좌에 잠시 빼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셀루메드는 이런 상황에서 자기자본 대비 45%에 가까운 거액을 외부 회사에 대여했다. 자금을 넣자마자 빼가는 이른바 '꺾기'(부분 가장납입) 수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와 사유 없이 회사 자금을 외부로 유출했다면 횡령·배임은 물론 사해행위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여처인 프라임코어의 정체도 석연치 않다. 프라임코어는 이병준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화장품 회사로 셀루메드와 사업상 연관이 없다. 이씨는 2024년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정지된 코스나인의 전 대표이며, 지난해 버킷스튜디오 이사 후보에도 올랐으나 경영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선임이 무산된 인물이다.

이 같은 갈등은 감사의견 거절로 이어졌다. 외부감사를 맡은 이정회계법인은 "기존 사업의 영업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경영진의 자금 조달 내역과 계획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감사기간 이후 170억원을 조달하고도 자금 계획에 불확실성이 지적됐다는 점에서, 조달 자금이 배상금 등에 제대로 쓰이지 못한 정황을 문제 삼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셀루메드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2만9000명에 달한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21일 셀루메드에 약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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