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가총액 1조달러 등극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 투자 가속화에 힘입어 달린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455조원) 기업으로 등극했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160만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반도체주 랠리를 타고 코스피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을 기록했다. 지난 2월25일 6000을 돌파한 지 70일 만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 시작과 동시에 7000선을 돌파했다. 이에 오전 9시6분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 발동된 열네번째 사이드카이고, 매수 사이드카로는 일곱번째다. 이후 코스피는 장 중 7426.60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가 이날 급등한 것은 반도체주 성장 기대감과 미국과 이란 전쟁 리스크 완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고, AI 투자 확대 의지 등을 드러내면서 반도체주가 급등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가 14.41% 급등해 26만60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555조1101억원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장 중 27만원까지 오르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10.64% 급등해 16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161만400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SK스퀘어는 9.89% 오른 108만9000원을 기록하며 황제주가 됐다.
코스피 업종 중 증권은 13.49%. 전기·전자는 10.97% 급등했다. 제조와 보험은 7% 이상 상승했다. 반면 부동산과 오락·문화는 각각 4.13%와 3.78% 하락했다. 일반서비스, 통신, 종이·목재, 비금속, 음식료·담배는 2% 이상 떨어졌다.
반도체 상승 기대감에 외국인 수급도 코스피로 몰렸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3조1365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각각 5782억원과 2조3075억원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는 지수 이익의 방향과 속도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산업"이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열려있고, 다만 속도는 둔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리서치센터장들은 9000 이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3.57포인트(0.29%) 내린 1210.17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32억원과 5439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6101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7원 내린 1455.1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랠리를 타고 코스피 7000시대를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빅테크의 AI(인공지능)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길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두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이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면서 코스피 상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32조1079억원, SK하이닉스는 247조3398억원이다. 두 기업 합산 영업이익만 579조4477억원으로 6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두 기업 합산 영업이익 90조8074억원의 6.38배에 달한다.
두 기업의 실적 전망치는 나날이 오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증권가의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83조1147억원, SK하이닉스는 156조1229억원이었다. 3개월 만에 실적 눈높이가 70.81% 상향 조정된 것이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동반 상승 중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027년도 연간 영업이익이 417조6172억원, SK하이닉스는 335조7838억원으로 내다봤다. 합산 753조4010억원이다. 전망치 대로라면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2년 만에 730% 가까이 오른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내년에 1000조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년도 영업이익을 각각 477조원, 447조원, 합산 924조원으로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4일 삼성전자의 2027년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522조2000억원, SK하이닉스를 408조8670억원으로 제시했다. 영업이익률은 각각 59.9%, 79.4%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장세가 내년까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빅테크 1분기 실적을 통해 CAPEX(설비·투자) 증가 추세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AI 투자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D램 가격 상승을 이유로 올해 CAPEX 가이던스를 19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알파벳(구글)은 자체 AI칩인 TPU(텐서처리장치)의 외부 공급을 시작하면서 올해 CAPEX 가이던스를 1800억~1900억달러로 올렸다. 메타(페이스북)도 CAPEX 가이던스를 1250억~145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승우·박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MS·구글·아마존 세 회사 모두 클라우드 매출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더 가속화되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에 대한 노이즈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참고로 클라우드 빅4의 2026년도 CAPEX 합계는 최대 7250억달러(약 1073조원)로 전년 대비 76% 증가할 전망이다"고 했다.
미국 빅테크들은 내년까지도 CAPEX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치열한 AI 경쟁 속에서 설비·투자 속도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장기공급계약이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투자 규모 확대에 따라 올해 미국 빅테크들의 FCF(잉여현금흐름)는 전년 대비 43% 감소할 전망이지만, 이들은 2027년에도 CAPEX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며 "MS 애저과 구글 클라우드 등의 대규모 수주잔고로 판단할 때 CAPEX 투자가 급격히 하락 전환할 가능성도 낮아 보여 내년에도 투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가 최대치는 다올투자증권의 39만원, SK하이닉스는 유진투자증권의 230만원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만3500원(14.41%) 오른 26만6000원, SK하이닉스는 15만4000원(10.64%) 오른 16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장 중 27만원, SK하이닉스는 161만4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121.85%, SK하이닉스는 145.93% 올랐다.
가파른 주가 상승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도 지난해 말 34.04%에서 이날 44.51%까지 확대됐다. 우선주인 삼성전자우와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까지 시총 1~4위 종목 합산 비중은 49.49%에 달한다. 이날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시총 150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나온다. BNK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올해 첫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설비투자 상향 추세도 3월 이후 주춤하고 있다"며 "기존 서버 주문이 컸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실적 상승 모멘텀은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과 관련된 우려도 있었다. 글로벌 IB(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지난 3일 삼성전자 목표가를 32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터 리 씨티그룹 연구원은 "2026년과 2027년 메모리 반도체 업사이클은 지속할 전망이어서 매수 의견을 재확인했으나, 노조 파업 격화에 따른 성과급 충당금이 단기 실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파업으로 핵심 고객 대상 HBM(고대역폭메모리) 양산 승인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코스피 7000시대 달성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수급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리스크가 최고조이던 당시 외국인 투자자 매도물량을 받아내며 하방 압력을 억제했던 것도 이른바 '개미'들의 힘이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약 16조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50조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지난 한해 수급은 순매도 6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코스피는 그동안 외국인 수급에 따라 좌우되는 시장으로 여겨졌었다. 외국인 순매도세가 이처럼 짧은 기간 가파르게 진행됐다면 예년에는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중동 전쟁 직후인 지난 3월에만 외국인 순매도는 36조원이었다. 월 외국인 순매도 역대 최대치다. 그만큼 외국인 매도세가 강했다. 전쟁으로 1500원이 넘은 원/달러 환율 환경이 조성되는 등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투자심리가 강하게 반영됐다.
그러나 당시 개인들이 33조569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도세를 다 받아냈다. 여기에 더해 개인들은 ETF(상장지수펀드) 등 금융투자 부문 수급을 통해서도 자금을 시장에 투입했다. 이를 통해 코스피 하락을 억제하고 상승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에 투입된 기관 자금 중 금융투자 부문이 38조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ETF를 매수하면 금융투자 부문 순매수로 잡힌다. 코스피가 주도주 위주 급등세를 보이면서 개별 종목의 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통한 간접투자에 몰린 영향이다.
이에 따라 국내 ETF 순자산 총액도 지난 1월5일 300조원을 돌파했고, 3개월여 만인 지난달 15일 400조원을 넘겼다. 이달 들어 450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직접 및 간접투자 형식으로 시장에 투입됐고, 코스피 7000고지 달성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빚투(빚내서 투자)'의 대표 지표인 신용공여잔고가 사상 최고치인 35조원을 넘나들고,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130조원에 육박하는 등의 통계 역시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조만간 외국인 통합계좌 출시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개인투자자 자금뿐 아니라 외국인 개인 투자자 수급까지 흡수할 경우 국내 증시의 선진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본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에는 대형주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축적되면서 중·소형주를 비롯한 여타 종목으로 외국인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