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반기보고서 경감 예고…韓 법정의무라 사실상 변경 어려워

김지훈 기자, 김경렬 기자
2026.05.08 16:15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 반사 연못 보수 공사 현장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2026.05.0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DC 로이터=뉴스1) 윤다정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 보고서 제출 의무 경감을 예고했지만 국내 공시제도가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는 미국과 달리 자본시장법상 분기·반기보고 등 보고 주기가 법정 의무로 규정돼 있어 금융감독원 등 규제 당국 재량으로 보고 주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에서 기업 보고서 제출 의무가 줄면 코스피 공시가 글로벌 표준 대비 과잉 공시로 인식되면서 제도 개편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분기·반기·연차보고서 등 기업의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가 자본시장법상 규정된 법적 의무인 반면 미국은 SEC 규정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은 반기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 흐름에서 법정공시 체계를 강화한 결과다. 반면 미국의 보고 주기는 규제 당국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미국도 증권거래법에 따른 계속공시 의무가 존재하지만 분기 단위(Form 10-Q)와 연차 단위(Form 10-K) 보고서 제출이라는 구체적인 보고 주기는 SEC 규정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SEC가 규정 의결만으로 분기보고를 폐지하거나 반기로 전환할 수 있다. 앞서 SE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상장 기업의 분기 보고 의무를 선택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분기 또는 반기별로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것이 골자다.

5인 위원으로 구성된 SEC는 이날 표결을 거쳐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60일 의견수렴 뒤 위원들의 최종 의결을 거쳐 시행 여부가 결정된다. SEC의 이번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분기보고 폐지를 직접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반면 국내에선 입법 절차 없이는 공시 보고 주기를 조정할 수 없는 구조다.

서울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관.

국회는 공시 주기 등을 경감하는 법안 발의 사례가 알려져 있지 않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차원에서 분기 공시 축소 또는 폐지를 공론화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국내에선 신규상장법인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가 오는 7월 시행되는 등 공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SEC 행보와 정반대 흐름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적용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데, 만약 6개월 주기로 보고할 경우 주식 투자자나 이해관계자의 정보 획득이 늦어질 것"이라며 "수임료의 경우 1년분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분기 검토(review)를 받지 않는 상장사도 많아 회계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등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대형 회계업체들의 경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분기보고서에도 회계감사인의 검토 의견을 받아야 하는데, 이 시장을 빅4가 사실상 장기 독점하고 있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2022년 금융위원회의 외부감사 규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빅4(가군)만 지정감사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금융감독원 통계 기준으로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빅4 감사 비중은 82.9%에 달했다.

대형 회계업체들은 당장 미국식 제도 개선안이 적용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선 미국식 공시 축소 방안이 활성화할 경우 국내 자본시장도 장기적으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빅4에 속하는 대형 회계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분기 보고가 반기로 축소되더라도 감사 수임료 자체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회계 감사비가 인력 투입 시간(맨먼스) 단위로 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기 검토 매출이 사라져도 연말 감사 단계에서 들여다봐야 할 정보량이 늘면서 인력 투입 시간이 함께 증가해 전체 인력 투입 시간은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논리다.

아울러 한국에서 SEC의 개정안같은 방식의 보고 의무 축소가 실현되더라도 대형 상장사들이 주주 소통 차원에서 기존 보고 주기를 지킬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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