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확대가 KAI 지배구조상 변수로 떠올랐지만 KAI 주가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KAI 민영화 시나리오에 반신반의하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소폭 등락만 거듭했다.
지난 8일 기준 KAI는 코스피에서 전일 대비 1.29% 오른 14만1300원에 마감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일 정규장 마감 이후 KAI의 지분율을 기존 4.99%에서 5.09%로 높였다고 공시했다. 지분 추가 취득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6일 KAI는 0.50% 오른 14만6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7일에는 0.78% 내린 13만9500원으로 밀렸다.
이날 반등에도 4일 종가(13만9900원)와 비교하면 상승률은 1.00%에 그쳤다. 이날 거래량은 24만2155주로 공시 직전 거래일(4일·30만3841주)보다 20.3% 감소했다. 한화의 지분 확대에도 주가와 거래량 모두 강한 프리미엄을 반영하지 않은 흐름이다.
한화 측은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국내 관계법령상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다. KAI 이사진은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관상 이사 수 상한이 없어 한화그룹이 5% 이상 주주의 권리인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이사 후보를 추천할 경우 이사회 진입을 통해 실제로 경영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AI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지분율은 26.4%다. 국민연금은 2대 주주이며 8.3%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체계개발 주관 등 항공 분야 사업을 주로 영위해 왔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확보를 향후 KAI 지배구조 재편 국면까지 앞둔 한화 측의 선점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한화 측이 향후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인수나 공개매수 방식으로 지배력을 늘릴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탄약 제조사 풍산의 방산부문 인수를 논의하다가 풍산 측의 매각 철회로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다만 정부가 국유재산의 민간 매각이나 민영화 이슈에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정부 자산매각 전면 중단과 진행·검토 중인 매각 재검토를 지시했다.
부득이한 매각은 국무총리 사전 재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KAI 지분 매각도 정부의 자산매각 재검토 기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한화 측은 기존부터 KAI 매각 시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면서도 "정부 국정 기조나 방위산업 관련 규제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인수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