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고수익 선호가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을 바꾸고 있다.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형' ETF가 잇따라 출시되는 데 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할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가 9%대 급등 마감하며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18.70%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날은 -4.3%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 오르는 등 상승폭이 줄어든 탓이다.
인버스 ETF는 기초지수의 일일수익률의-2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수익률의 변동성이 크다는 특성을 가진다. 단일종목 인버스 상품의 경우 기초지수의 종목이 단 하나뿐이라 분산 효과가 없어 변동 폭이 더 크다.
그럼에도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높은 변동성을 감내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상장 거래대금은 10조원을 돌파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액은 2조원 규모를 달성했다.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 출시되는 ETF 상품들 역시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구성 종목 수인 10개만 담거나 일부 상품에 비중을 크게 두는 '압축형'이 대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ETF 상품들은 2022년에 21개였으나 올해는 120개까지 늘었다. 5년 만에 약 6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반대로 구성 종목 수는 같은 기간 25.3개에서 14.9개로 줄어들었다.
기존 ETF의 이름과 지수를 변경해 보다 압축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13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AI반도체'를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이름을 변경하고 기초지수도 'FnGuide AI반도체TOP2+'로 바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편입 비중은 기존 각 20%에서 각각 25%씩 총 50%까지 확대했다. 투자 대상(유니버스) 기준 시가총액도 6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압축형 ETF 상품들이 출시되는 배경으로 투자자들의 수요 변화를 꼽는다. 기존 주식시장에서 공격적 투자를 선호하던 투자자들이 ETF 시장에 유입되면서, 분산형 상품보다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압축형 포트폴리오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본부장은 "주식과 ETF를 함께 투자하는 공격적인 투자자들에게 분산된 상품의 수익률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다만 압축형이더라도 개별 주식보다는 위험이 기본적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중이 큰 특정 종목의 주가에 ETF 수익률이 좌우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미반도체를 20%대로 구성 종목 중 가장 많이 편입한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 SOL 반도체후공정 ETF들의 최근 일일 수익률은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18개 구성 종목 중 한미반도체를 27% 담은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5거래일간 -7%, -5%, -7%, 0.32, 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5일 1분기 실적이 부진하자 한미반도체 주가가 급락했다가 지난 21일 곽동신 회장이 80억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다시 급등한 영향을 받았다.
김 본부장은 "상위 종목의 변동성이 수익률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최근 상위 4개 종목 합산 비중이 70~80%에 달하는 구조의 상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압축형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분산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산할수록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은 기본 원칙"이라며 "모든 산업을 개인 투자자가 직접 공부하기 어려운 만큼, 해당 산업의 전망이 밝다는 확신이 있더라도 분산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