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ETF도 양극화…'AI 수혜' 여부에 개인투자자 선택 갈렸다

김지현 기자
2026.06.01 16:57

AI 반도체 밸류체인 편입 여부로 수급 차별화
반도체 소부장 ETF 구성종목 대부분이 코스닥 상장사란 한계도

개인투자자의 반도체 소부장 ETF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순매수액 비교/그래픽=윤선정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나흘 만에 수조 원 넘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몰리는 동안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ETF(상장지수펀드)에서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인공지능) 투자 수혜 여부로 상품별 양극화 양상이 나타났고 일부 종목들로의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상장한 지난 27일부터 이날 정규장 마감인 4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를 123억원 순매도했다.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에서는 32억원, 'SOL 반도체후공정'은 28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1조4732억원,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1조4687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9609억원,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758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동안 반도체 소부장 ETF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다른 반도체 업종 간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정 종목으로 쏠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본부장은 "AI 투자 사이클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성과 차별화가 나타나면서 수급도 함께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즉 AI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에 포함된 종목으로 자금이 몰리는 반면 전통적인 소부장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반도체 업종 전반이 함께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성장 동력이 뚜렷한 기업 중심으로 선별 투자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은 최근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기는 전날 212만원을, LG이노텍은 이날 153만원까지 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AI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서버 확충에 필요한 기판·부품까지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이들 업종이 각광을 받았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시장의 현 주도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라며 "이들 기업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고 여전히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수요가 더 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과 상품은 매수하고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것들은 파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비중이 높다는 구조적 특성도 반도체 소부장 ETF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도체 소부장 ETF의 구성 종목 대다수가 코스닥 상장사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밸류에이션(가치)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부담이 있고 정책 자금 같은 외부 요인이 없으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며 "국민성장펀드 1차 완판 당시 코스닥이 잠깐 반응했던 것처럼 정책 효과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소부장 ETF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도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가 확대되면 반도체 소부장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 본부장은 "같은 반도체 업종에 포함됐기 때문에 설비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이 확인되면 소부장 기업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종목별로 영업이익률 개선 여부와 사업 분야의 성장성을 면밀히 따져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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