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지수는 7400선까지 밀렸고, 장 초반 서킷 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AI(인공지능)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진 탓이다. 높은 원/달러 환율도 문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섣불리 주식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8일 오전 11시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62.7포인트(5.66%) 내린 7697.89를 나타내고 있다. 장 중 한때 7442.73까지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하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 해제 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다. 올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세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나온 것은 11번째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69.17포인트(6.9%) 내린 933.27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네 번째다.
국내 증시가 급락한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브로드컴 쇼크'로 촉발된 AI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하고 있어서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실적 발표와 5월 고용지표 발표가 AI 수요 위축과 금리 인상 우려를 자극했다"며 "브로드컴의 3분기 AI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 기대치 하회했고, 미국 5월 비농업고용자수가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선물 시장은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회 인상을 완전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도 급락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은 2.65%, 나스닥종합지수는 4.18%,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5% 하락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10.3% 폭락했다. 코로나19 쇼크가 발생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을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금리 인상이 추세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점과 금리 인상으로 경기 모멘텀이 부러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 자체가 크지 않고 인상하더라도 그 횟수가 1회에 국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케빈 워시 연준 신임 의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격적으로 스탠스를 전환할 가능성이 작고, 사실 현재 미국 고용 수준이 과열된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AI 성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 환경은 양호하다.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폭 정도로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 계획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시 급락은 새로운 악재라기보다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안고 있던 시장이 조정의 명분을 찾는 과정이라고 판단한다"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와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 스페이스X 상장, 워시 의장의 취임 후 첫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 주요 일정들이 있는 만큼 증시가 단기 변동성을 보일 수는 있겠으나 중장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은 금융시장에 확인해야 할 이벤트와 이슈가 집중돼 있어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이달 하순 이후 실적 모멘텀이 재차 강화되면서 3분기에는 긍정적인 시장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우려도 있지만, 이는 한국 고유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이라기보다는 외국인 주식 매도와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시행을 앞둔 포지션 조정 등 단기 수급 요인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내 증시에서 조정이 발생할 경우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유혹하는 투매에 동참하기 보다는 관망 및 기존 포지션 보유 전략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