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까지만해도 9000 포인트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에 제동이 걸렸다. 횡보하던 코스닥은 아예 1000 아래로 내려왔다. 우상향 하던 코스피의 상승세를 멈춘 건 반도체·AI 투자 속도 조절 우려다. 1년 내내 계속되고 있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고금리, 인플레이션 우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증시 급락이 일시적 이라고 입을 모은다. 펀더멘탈(기초체력) 훼손이 아닌 기술적 조정 성격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8일 코스피 지수는 9거래일 만에 종가 8000을 반납했다. 코스닥도 지난 3월4일이후 처음으로 100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주 장 중 한때 9000고지를 바라보던 코스피 낙폭이 크다.
이에 대해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된 하락 배경은 빅테크(IT대기업)들의 AI(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라며 "알파벳이 유상증자로 850억달러(약 131조원) 자금을 확보한데 이어 메타도 AI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신주 발행으로 수백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코스피 하락의 주요 원인을 진단했다.
반도체·AI 중심 주도주 단기과열에 따른 차익실현 니즈가 시장에 반영됐다는 것. 여기에 더해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AI 중심의 단기 과열, 대형주 쏠림, 외국인 매도세, 미국 금리 상승 부담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최근 급락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급락 흐름은 우리 시장의 펀더멘탈 훼손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술적인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하락을) 단기 조정으로 보고 있다"며 "금리 등 매크로(거시경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입장에서는 AI 투자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투자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코스피 이익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 강세가 지속될 것인 만큼 한국 증시 펀더멘탈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이 여전히 역사적 평균을 하회하고,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중장기 업사이드 요인이 유효해 과열 해소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센터장은 "AI 밸류에이션 고점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추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반도체·AI 발 변동성 장세는 이달 중순 무렵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월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 여부,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수급 교란 가능성, 신임 연준 의장 케빈 워시가 주재하는 첫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정책 기조, 2분기 실적 프리뷰 등 금융시장에 확인해야 할 이벤트와 이슈가 집중돼 있어 단기 변동성 확대를 예상한다"며 "6월 하순부터 2분기 실적 프리뷰가 본격화되고 실적 모멘텀이 재차 강화되면 3분기에는 긍정적인 시장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원 본부장도 "반등 시점은 미국 CPI, FOMC, 미국 10년물 금리 흐름 등 주요 이벤트 확인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중 미국 10년물 금리가 5% 초반을 넘지 않고 물가 재가속 우려가 제한된다면 변동성 완화와 함께 반등 여지가 있다"고 했다.
변동성이 심한 장세이지만 실적 모멘텀이 남아 있다는 점을 투자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변동성 장세에서도 실적이 양호하면 빠른 회복을 나타낼 수 있다"며 "실적 전망이 탄탄한 반도체는 투매보다 향후 성장을 기대하며 버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모 센터장은 "향후 이벤트 중 오는 24일 MSCI(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와치리스트 등재 가능성과 3분기 SK하이닉스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 호재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번 조정은 그동안 주도주 비중을 높이지 못한 분들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