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를때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는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장 마감 직전 LP(유동성 공급자) 호가 제출 의무 면제 시간에 매수·매도 물량이 몰린 탓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언제든 이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혼란은 물론이고 이 펀드를 편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전날 대비 8110원(27.03%) 내린 2만189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상품의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 주가는 15.91% 상승했으나,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기초자산 상승에도 급락한 것은 지난 8일부터 괴리율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장 마감 직전 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동시 호가 시간대에 대량으로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시장가 매수 주문이 들어왔고, 호가가 벌어져 괴리율이 90.18%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 8일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는 7.68% 하락했음에도,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49.7% 상승 마감했다. 여파가 이어져 이번에는 반대로 SK하이닉스는 상승했는데, ACE ETF는 급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ACE ETF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이번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로 인한 투자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장 마감 시간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LP와의 협의를 통해 유동성 공급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ACE ETF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PLUS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역시 장 마감 전 LP 호가 제출 의무 면제 시간에 매수 물량이 나와 기준가보다 0.7% 높게 거래가 체결됐다. 이에 다음 거래일인 지난 1일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6개가 모두 20%대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PLUS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혼자 18.9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27일 단일종목레버리지ETF 상장일에는 'KODEX 반도체레버리지' ETF가 기초자산 상승에도 하락했다. 이 역시 동시 호가 시간대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LP 호가 제출 의무 면제 시간에 물량이 쏟아질 경우 이같은 기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장 시작 전(오전 8시30분~9시)과 직후(오전 9시~9시5분), 장 마감 직전(오후 3시20분~3시30분) 등 동시호가 접수 시간대에는 LP들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이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가 시장가로 매수·매도 주문할 경우 NAV(순자산가치)보다 높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될 수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동시호가 시간대에 괴리율이 벌어지는 경우는 그동안 종종 있었으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특히 장 마감 직전 물량이 대거 몰리면서 이런 문제가 도드라졌다"며 "LP 호가 제출은 LP 업무 영역이기 때문에 현재 제도상에서 자산운용사들이 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LP 업무를 하는 증권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동시호가 시간에 호가를 제출할 경우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LP는 ETF를 사고파는 호가를 내면서 동시에 기초자산이나 선물로 위험을 헤지하는데, 동시호가 시간에는 LP 입장에서 자신이 낸 호가가 어떤 가격에 체결될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나 새로운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며 "당국 차원에서 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