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넘어 독성 난제까지 극복…론자가 전면에 세운 '큐리언트 이중 ADC'

김건우 기자
2026.06.11 11:11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월드 ADC 서밋 사우스 코리아에서 QP101의 비인간 영장류(NHP) 반복투여 독성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큐리언트

큐리언트가 차세대 HER2(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표적 이중 페이로드 항체-약물접합체(ADC) 'QP101'의 영장류 독성 데이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동안 이중 페이로드 ADC의 최대 난제로 꼽히던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며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큐리언트는 11일 오전 서울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월드 ADC 서밋 사우스 코리아(5th World ADC Summit South Korea 2026)'에서 QP101의 비인간 영장류(NHP) 반복투여 독성 데이터를 발표했다. 발표는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가 직접 맡았다.

특히 이번 발표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론자(Lonza)의 세션 무대에서 진행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론자는 자사의 약물 결합 플랫폼 '글리코커넥트(GlycoConnect)'와 연결 기술 '하이드라스페이스(HydraSpace)'를 앞세워 신약 발굴부터 생산까지 한 번에 맡아주는 '엔드투엔드(End-to-End)' 통합 사업 모델을 소개했다. 곧이어 큐리언트가 이 플랫폼이 실제로 적용된 대표 사례로 QP101을 제시하는 흐름이었다. QP101에는 론자가 인수한 시나픽스의 정밀 약물 결합 기술 '신테칸 E(SYNtecan E)'가 쓰였다.

바이오 업계는 이번 공동발표를 양사 협력 확대의 신호로 해석한다. 큐리언트가 이미 론자의 기술을 QP101에 적용한 데다, 론자가 자사 무대에 큐리언트를 대표 사례로 세웠다는 점에서 향후 정식 파트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양사가 상업 생산·공급 등 본계약을 맺은 단계는 아니지만, 글로벌 영업·생산 네트워크를 갖춘 론자와 손을 잡게 되면 큐리언트로서는 임상부터 상업화, 기술수출(LO)까지 전 과정에서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큐리언트가 월드 ADC 서밋에서 공개한 QP101의 영장류 반복투여 독성시험 결과. 최고 용량 90㎎/㎏까지 의미 있는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공개된 데이터는 고용량을 투여하고도 독성이 나타나지 않아, 약물을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용량 범위를 폭넓게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실제 독성시험은 원숭이(군당 암컷 2마리·수컷 1마리)에 QP101을 10·30·90㎎/㎏씩 1·22·43일 세 차례 반복 정맥 투여한 뒤 64일째 부검·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험 결과 최고 용량인 90㎎/㎏까지 의미 있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고 사망 사례도 없었다. 약을 많이 써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독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한계 용량(최고 비중증 독성 용량·HNSTD)은 90㎎/㎏ 이상으로 추정된다. 실제 고용량 투여 후에도 임상징후(행동), 체중, 혈액학, 혈액화학 등 전 항목도 정상이었다. 기존에 상용화된 주요 ADC가 보통 그보다 낮은 용량에서 독성을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손꼽히는 안전성이다.

약효를 내는 용량(마우스 유효용량 MED 3㎎/㎏)과 독성이 나타나는 용량 사이의 여유를 뜻하는 치료지수(TI)도 30배 이상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용량 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또 약물이 항체에서 미리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거의 없어, 3주에 한 번 투약하는 임상 설계(Q3W)도 무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두 개를 한 항체에 싣는 이중 페이로드 ADC는 그만큼 부작용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오랜 숙제였다. 큐리언트는 항체(트라스투주맙)에 'CDK7 저해제(Q901)'와 'TOP1 저해제(엑사테칸)' 두 약물을 각각 두 개씩 결합한 'DAR 2+2' 구조를 택했다. 두 약물이 서로 효과를 키우도록 짜맞추는 동시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떨어져 나간 약물'은 최대한 줄이는 설계로 숙제를 풀었다.

설계의 핵심에는 ADC 시장의 최대 화두인 '내성 극복' 원리가 있다.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DXd)처럼 TOP1 저해제를 쓰는 ADC에 내성이 생기는 주된 이유는, 암세포가 손상된 DNA를 스스로 고쳐버리기 때문이다. 큐리언트는 이 'DNA 수리 기능'을 막는 CDK7 저해제를 함께 실었다. 한쪽 약물(엑사테칸)이 DNA에 상처를 내면, 다른 약물(Q901)이 암세포가 그 상처를 복구하지 못하도록 묶어버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DNA에 상처를 낸 뒤 Q901을 넣자, 손상과 세포 사멸을 보여주는 지표가 Q901을 많이 넣을수록 뚜렷하게 커졌다.

이 원리 덕분에 QP101은 엔허투가 듣지 않는 암뿐 아니라 잘 듣는 암에서도 엔허투보다 종양을 더 잘 억제했다. 환자에게서 떼어낸 종양을 옮겨 심은 28종의 동물 모델 시험에서, QP101은 엔허투에 반응하지 않던 내성 모델 7종 가운데 4종에서도 유의미한 항암 효과를 이끌어냈다.

QP101은 환자유래이종이식(PDX) 모델에서 엔허투 대비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사진제공=큐리언트

종양이 줄어든 비율(객관적반응률)은 QP101이 53.6%로 엔허투(42.9%)를, 종양이 더 커지지 않은 비율(질병조절률)은 64.3%로 엔허투(60.7%)를 각각 앞섰다. 엔허투에 내성이 생긴 위암·유방암 모델, 엔허투가 잘 듣지 않는 모델에서도 단일 약물 ADC를 단순히 섞어 쓴 것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바이오 업계는 큐리언트가 이 기술을 발판으로 플랫폼 사업으로 나아갈지에 주목한다. 이번에 높은 안전성과 넓은 치료지수를 입증하면서, 여러 표적과 항체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이중 페이로드 기술 자체의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큐리언트는 이를 토대로 기술수출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큐리언트는 Q901의 기존 단독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체 안전성 검증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임상·상업 생산을 한 번에 잇는 생산공정(CMC) 체계를 구축 중이며, 2027년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해 사람 대상 임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행사에서 이중 페이로드로의 확장 안을 발표한 론자의 행보도 큐리언트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론자는 새로운 약물(페이로드)과 연결 기술을 꾸준히 추가하고, 기존 단일 약물 중심이던 접합 플랫폼을 큐리언트 QP101 같은 이중 페이로드 ADC로 넓혀가겠다는 방향을 발표했다.

남기연 대표는 "이번 영장류 독성 데이터 공개 이후 여러 기업에서 협업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기술수출 등 사업 성과를 가시화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11일 월드 ADC 서밋 사우스 코리아에서 론자가 발표한 세션 표지. 큐리언트는 이 무대에서 QP101을 공동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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