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를 상대로 수탁자 책임활동을 사실상 자금배분 기준으로 삼는 체계를 도입했다.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점수로 매기고 이를 위탁 자금 추가 배정과 회수에 반영하기로 했다. 수탁자 책임활동 여부에 따라 일부 항목에 가점을 적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본점수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적용 강도를 높인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제6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점검 체계 도입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수탁자 책임활동은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의결권 행사 등에 나서는 활동을 말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하반기부터 수탁자 책임활동 7개 원칙별 12개 항목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는 기금위 산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점검을 거쳐 공개된다.
기존에는 위탁운용사 선정 시 수탁자 책임 정책 보유에 가점 2점을 줬다. 사후평가에서는 정책 보유와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에 각각 가점 1점을 주는 수준이었다. 앞으로는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활동 원칙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질적으로 평가한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본다. 평가 결과는 운용사 선정과 사후평가의 100점 만점 배점 안에 반영된다. 수탁자 책임활동이 기존 체계보다 배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이기로 했다. 오는 10~11월 현장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체적인 배점 비중을 검토한다.
평가 결과는 국내주식 위탁자금의 추가 배정 또는 회수와 연계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책임투자 관련 문서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게 됐다. 주주가치 제고 활동과 의결권 행사, 이해상충 관리의 실제 이행 수준을 국민연금에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국민연금은 이해상충 우려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의결권 행사 반대율을 비교한다. 이해상충 우려가 높은 사례는 의사결정 과정도 들여다본다. 국민연금 등 다른 기관투자자 다수의 의결권 행사 방향과 다른 사례도 추려 심층평가한다.
이날 기금위는 2025년도 기금운용 성과평가안과 성과급 지급률안도 의결했다. 최근 5년 누적 금융부문 수익률(시간가중수익률)은 9.75%로 기준수익률 9.59%를 0.16%포인트 웃돌았다. 이에 따른 성과급 지급률은 78.6% 수준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위원장)은 "국내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수탁자 책임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이행점검 체계 도입을 통해 국민연금의 안정적인 수익성 증대와 국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성과에 대해서는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이며 이를 통해 국민연금 소진 시기도 상당 기간 늦춰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