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각각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된 데 이어 두 시장이 나란히 급락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약세장에 진입하자 AI(인공지능) 거품론이 시장에서 재부상했고 미국·이란 무력 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도 부각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실적 발표를 비롯한 이번주 국내외 주요 기업 실적이 지수를 뒷받침할지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의 원인으로 꼽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관련 대책이 실효성을 나타낼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04.33포인트(4.46%) 하락한 6516.27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510억원과 5161억원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9218억원 순매도했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인 6월22일(9114.55)와 비교하면 28.51% 떨어져 코스피는 약세장에 진입해있다. 약세장이란 일반적으로 지수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를 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1분 코스피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20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나왔다. 매수 사이드카 18번까지 합치면 올해 38번째다.
오전 10시52분에는 코스닥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150 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150 지수가 직전 거래일 최종 수치보다 3% 이상 하락한 상황이 동시에 1분간 지속됐다. 코스닥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는 올해 10번째다. 매수 사이드카 13번까지 합치면 23번째다.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31% 하락한 2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4.23% 내린 176만4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생명(-8.91%) △KB금융(-6.79%) △현대차(-6.12%) △LG에너지솔루션(-4.94%) △삼성바이오로직스(-3.65%) △SK스퀘어(-2.89%) △삼성전자우(-1.63%) △삼성전기(-0.16%) 등도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42.20포인트(5.33%) 내린 749.64에 마감했다. 개인이 1908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77억원과 1348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달 22일 고점인 1만4634.72보다 20% 넘게 하락하며 약세장 구간에 진입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우려와 고점 부담으로 반도체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한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ETF도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16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기본예탁금 증액 등 규제안을 내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코스피는 미국과 일본 반도체주 약세와 미국·이란 간 지정학적 갈등 및 미국과 국내 주요 기업 실적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하방 지지력을 시험하는 구간에 돌입할 전망"이라고 했다.
알파벳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실적이 AI 과잉투자 우려를 불식시킬지도 관건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이번주부터는 본격적인 미국 및 국내 실적 발표 주간에 돌입한다"며 "특히 목요일(한국 시각) 예정된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실적이 얼어붙은 반도체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연초 이후 상반기에 101% 급등 후 고점 대비 7월16일 종가(6820p)까지 25.2% 급락했다. 뚜렷한 악재 없이 나타난 이례적 변동성"이라며 "변동성과 쏠림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고, 반도체 업종의 코스피 이익 기여도(143%p)는 압도적으로 높다"고 했다. 다만 나 연구원은 "현재의 쏠림은 거품이 아니라 실적에 기반한 것이며 이익 가시성이 뒷받침되는 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