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실탄 34조 증발" 외인 던져도 싹쓸이하던 개미, 발 빼나

김지현 기자
2026.07.28 16:32

[10% 폭락 '검은 화요일']

코스피 9000→6000 동안 투자자예탁금 추이/그래픽=윤선정

코스피 9000시대를 열었던 '개미'들의 실탄이 쪼그라들고 있다. 약 2개월 만에 34조원이 개인투자자의 증권사 계좌에서 빠져나가면서 국내 수급이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증권가는 매수 여력이 소진된 개인 대신, 그동안 대규모로 팔아치웠던 외국인이 이제 시장의 방향을 바꿀 주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105조6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9000선을 처음 뚫었던 지난 6월18일(128조4086억원)과 비교하면 17.73%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 6월4일 139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썼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도 안 돼 34조원이 통째로 증발한 셈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로 이체했거나 주식 매도 뒤 그대로 두고 있는 자금이다. 대기성 성격인 만큼 투자자예탁금 감소가 당장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실탄'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 실탄 감소세는 코스피가 9000에서 6000까지 곤두박질치는 과정에서 유독 가팔라졌다. 지난 4월8일 109조8332억원을 기록한 뒤 줄곧 110조원대를 지키던 예탁금은, 이달 9일 처음 110조원 선이 무너지며 107조1279억원까지 내려왔고, 22일에는 103조8765억원까지 떨어졌다.

외국인·기관의 매도 물량을 홀로 받아내던 개인의 매수 여력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개인은 지난 6월23일 이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때마다 어김없이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해왔다. 하지만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함께 울렸던 지난 6월23일 8조5910억원을 순매수했던 것과 달리, 마찬가지로 사이드카가 발동된 24일에는 5조1782억원을 사들이는 데 그쳤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개인은 레버리지 상품에서의 큰 손실로 인해 추가 매수 여력이 소진된 상태"라며 "반대매매와 디레버리징(차입 청산) 과정이 더 진행되어야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드는 추세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4월 1조1283억원 순매수했지만 순매도로 전환, 5월 44조7147억원, 6월 48조6248억원을 기록하며 순매도 폭을 키웠다. 이달 들어서는 9조8311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급격했던 과매도 추세가 완만해졌다. 지난 16일부터는 5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외국인이 추가 매도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외국인 투자자는 반도체 이익 증가 사이클에 순매도로 대응했다"며 "순매도를 지속한 결과 현재 코스피 반도체 업종 내 외국인 지분율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외국인의 추가적인 순매도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시장 추세를 전환할 주체로 개인보단 외국인이라는 진단이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개인이 최근까지 외국인 매물을 대규모로 받아내는 과정에서 고객 예탁금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며 대기 매수 여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상태"라며 "급락 후 반등 초기 국면에는 외국인 저가 매수와 숏커버(공매도 환매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반도체 매도 종료 및 선물에서부터 순차적인 매수 유입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귀환 포인트로는 실적이 꼽혔다. 오는 29일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30일에는 삼성전자의 2분기 확정 실적 발표가 예정됐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밸류에이션(가치)과 실적 신뢰가 회복될 경우 가장 먼저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 주체인 만큼 향후 수급의 핵심은 결국 외국인 위험선호 회복 여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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