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 급락은 기업가치보다 포지션 축소와 위험관리라는 수급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쏠린 시장자금이 중소형주로 순환하지 않고 고스란히 빠져나가면서 이틀째 급락장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29일 코스피 시장은 심리적 지지선인 6000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패닉셀링(공황매도)이 발생한 비정상적인 시장침체 상황으로 보고 반등 트리거(계기)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코스피 시장 수급을 살펴보면 이날 정규장 마감시간까지 개인과 외국인은 3조724억원, 7891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이에 반해 기관은 3조7854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금은 금융투자사가 56% 비중(2조1217억원)을 차지했다. 앞서 코스피지수가 1만을 향해 랠리하던 때와 수급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금융투자사의 주식 순매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ETF(상장지수펀드)와 스와프를 통한 외국 기관의 거래물량으로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진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37만원, 28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보다 33% 하향한 수준이다. BNK투자증권도 이날 SK하이닉스 목표가를 185만원에서 148만원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폭락을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반등신호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고점이 높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최근 하락속도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상승국면에서는 주가와 이익이 함께 올랐지만 하락국면에서는 이익전망보다 밸류에이션이 먼저 무너졌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또 "반도체 쏠림을 피해 있던 업종까지 적정가치 아래로 밀렸고 장중 가격은 기업가치보다 포지션 축소와 위험관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며 "순환매는 반도체 주가하락이 끝나는 시점과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는 시점에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주식 보유자가 손실을 확정 짓고 패닉셀링하고 있다는 점이 오늘 폭락의 본질"이라며 "중요한 것은 반등의 트리거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거대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실적과 현금흐름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감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을 주요 트리거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