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매도 폭탄' 없었지만...외인 18조 팔 때 '6300억' 샀다

김지훈 기자
2026.07.30 10:43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평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7.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코스피 급락장에서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증시 구원투수라는 시장의 통념이 무색해졌다. 특히 국민연금은 이달 국내주식 평가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달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개시를 선언한 만큼 국내주식을 대거 사들일지 불확실한 상태로 파악됐다. 국내주식 목표비중 상향(14.9%→20.8%)하고 지난달 말까지 국내주식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을 유예했던 상황이 맞물리면서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고점에서 비중을 충분히 줄이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인 18조 팔 동안 연기금 6300억 매수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07.22. suncho21@newsis.com /사진=김진아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연기금등은 7월1일부터 이날 오전 10시13분까지 6378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연기금등은 이날 1918억원을 순매수 중이며 전날 하루에 338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오전 10시13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14.76포인트(2.03%) 오른 5778.00에 거래됐다. 다만 7월 한달을 통틀어 외국인은 18조1659억원을 순매도한 상태로 외인 매도 공세에 비하면 연기금의 순매수액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연기금 등에 국민연금을 포함한 각종 연기금과 공제회 등 거래실적이 반영된다. 시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라는 점에서 연기금등 수급을 국민연금의 행보를 드러내는 지표로 간주한다.

증권가에서는 6월 말 무렵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을 30% 안팎으로 추정한다. 코스피 지수가 6월 말 종가 대비 31.8% 하락한 만큼 국내주식 가치도 같은 비율로 감소(다른 자산 가치는 유지 가정)했다면 국내주식 비중은 22.6%로 낮아진다. 국민연금이 지난 5월 중기자산계획에 따라 결정한 2027년 국내주식 목표비중 20.8%를 웃돈다. 원칙대로라면 코스피가 폭락한 이달도 국내 주식을 사야 할 구간보다 팔아야 할 구간에 가까운 셈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과 매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 발언 뒤에 국내주식 비중 상향 등 조치들 이어져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07.22. suncho21@newsis.com /사진=김진아

국내주식 비중 상향 등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관련 조치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주가 상승기를 국민연금이 노후자금을 늘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뒤 이뤄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6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내 주가가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한도를 초과했는데 이것을 계속 팔아야 하느냐"라며 "국내 증시가 잘되는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보유하면 그만큼 득이 되고 국민의 노후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내년 기금운용위를 개최해 투자지침 기준들을 변경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후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상향 등 국내주식 관련 조치들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20.8%로 상향하는 한편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기존 ±3%포인트에서 상한을 공개하지 않은 채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전술적자산배분(TAA) ±2%포인트를 더하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적어도 25.8% 이상 보유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증권가에선 국민연금의 SAA 한도를 ±6% 안팎으로 추정한다. SAA 한도 추정치와 기존 TAA 한도까지 전부 사용하면 28.8%까지 국내주식을 담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는 폭락장에서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매수 한도는 아니다. SAA는 시장 변동으로 목표비중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범위다. TAA는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전술적 운용범위다.

야권서는 "시장방어에 노후자금 묶였다"…김성주 "장기투자자로서 긴 호흡과 장기적 안목"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6.07.09.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야권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사실상 증시 부양이나 주가 방어에 부적절하게 동원됐다는 논란도 일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NS(소셜미디어)에서 "올해 들어 변동성이 커지자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자산비중 재조정)마저 유예시켰다"며 "결국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이 시장 방어를 위해 발이 묶인 꼴"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자금을 동원해 주가 부양에 나섰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국민연금은 이같은 비판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국가데이터처, 금융위원회, 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서 "지방선거 때문에 국내 주식 많이 사서 주가를 올렸다는 소문이 있다"며 "실제로 선거 전에 국내 주식을 매입했느냐"고 질의했다. 이와 관련, 김 이사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특별히 더 매수하거나 매도한 것이 아니라 코스피지수가 올라가면서 평가액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저희도 투자자고 이익을 내서 국민에게 연금을 돌려드려야 하는데 너무 관심이 집중돼 차분한 연금운용에 애로가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2일에는 소셜미디어에 '기승전…국민연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특히 요즘처럼 시장이 큰 폭으로 등락하는 높은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투자자로서 긴 호흡과 장기적 안목에 입각해 투자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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