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삼성증권 소송 8년 '마침표'…증권가에 남긴 '내부통제' 교훈

조철희 기자
2026.08.12 11:26

대법, 18.7억 배상 확정 판결…삼성 "판결 존중, 사고 직후 시스템 완벽 개선"

삼성증권 사옥

2018년 국내 자본시장을 뒤흔든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8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증권사 직원 한 명의 입력 실수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의 입고와 실제 시장 거래로까지 이어졌던 초유의 사고는 증권사의 내부통제가 시장 신뢰를 지키는 핵심 안전장치라는 교훈을 남겼다.

12일 대법원은 국민연금이 삼성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삼성증권이 국민연금에 약 18억6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연금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약 299억원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약 6%인 18억6700만원을 삼성증권이 배상하도록 한 원심 판단이 확정됐다. 법원은 사고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해 손해액을 산정하고 삼성증권이 부담할 책임도 50%로 제한했다.

대법원은 배당업무 담당 직원들의 실수에 대해서도 삼성증권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과 사고로 발생한 국민연금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다만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더라도 배상 범위와 책임 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령주식 사고가 증권업계에 충격을 준 것은 최초의 오입력뿐 아니라 이후 여러 단계의 통제장치가 연이어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당시 삼성증권 직원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주당 현금 1000원을 지급해야 할 배당 내용을 주당 주식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 전체 발행주식의 30배가 넘는 28억여주의 주식이 직원 계좌에 전산상 입고됐는데도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했고, 일부 직원은 실제 시장에 매도 주문을 내 거래까지 체결했다. '사람의 실수'가 '시장의 사고'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할 전산·내부통제의 방어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이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로 2018년 사고에서 파생돼 8년 동안 이어졌던 법적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회사 측은 사고 자체에 따른 제재와 피해 보상, 시스템 개선 등은 사고 직후 마무리됐고 이후 소송은 사고가 주가에 미친 기간과 이에 따른 투자손실을 어디까지 삼성증권의 책임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민사상 다툼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 4월 8일부터 9월 28일까지 이뤄진 거래 전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손해배상 대상 범위를 사고 당일인 4월 6일부터 4월10일(3영업일)까지 이뤄진 주식 거래로 한정했다.

8년간의 소송이 끝났다고 해서 사고가 남긴 내부통제 문제까지 과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은 사고 직후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우선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의 전산 프로세스를 분리하는 등 배당금 지급 승인 절차를 손질했다. 발행주식 수를 초과한 주식의 입고나 주문은 시스템에서 원천 차단하도록 주식 입출고와 잔고 검증 기능도 강화했다. 잘못된 입력이 발생하더라도 후속 단계에서 이를 걸러낼 수 있도록 시스템상 방어선을 구축했다.

내부통제 조직도 강화했다. 삼성증권은 대표이사 직속 최고소비자책임자(CCO)와 내부통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준법감시·법무·책무관리 조직에는 67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사고 직후 끊겼던 국민연금과의 거래 관계도 복원됐다. 국민연금은 사고 직후 삼성증권과 거래를 중단했지만 거래증권사로 다시 선정했다. 손해배상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국민연금과 삼성증권의 거래 관계는 정상화됐다. 삼성증권은 이후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여러 차례 1등급에 선정됐으며 지난해에도 일반거래 1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유령주식 사고는 8년 전 발생했지만 증권업계에 던지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증권사는 고객 자산을 관리하면서 매일 막대한 규모의 주식과 자금, 주문을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실수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의 역할은 임직원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수나 일탈이 발생하더라도 고객의 손실과 시장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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