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 스몰캡(40)]SK하이닉스,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업체 모두에 검사장비 납품

SK하이닉스(1,862,000원 ▲22,000 +1.2%)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마치고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엔비디아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이 메모리는 D램 16장을 쌓아 하나로 만드는데, 16장 가운데 한 장만 불량이어도 완성품 전체를 버려야 하는 고난이도 작업을 거친다. 걸러내지 못한 불량 1%가 최종 수율을 10% 이상 깎기 때문에, 적층공정 전에 한 장 한 장 불량을 완벽하게 검사하는게 필수다.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폼팩터(FormFactor·FORM)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주요 파트너사 가운데 하나로 HBM 검사부문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6월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SWTest(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컨퍼런스)'에서 SK하이닉스와 차세대 HBM용 테스트 기술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웨이퍼 위 반도체 칩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바늘 수만 개를 동시에 대서 전기가 제대로 통하는지 확인하는 프로브카드라는 장비가 있는데, 폼팩터가 세계1위 업체다. 폼팩터는 바늘 6만개짜리 HBM 프로브카드가 고온과 저온을 오가는 시험에서도 정렬을 유지했다는 실증 결과를 내놨다.
캘리포니아 리버모어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매출의 30%를 SK하이닉스에서 올린다. 이 밖에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 인텔 등 반도체 6대 기업을 고객사(전체 매출비중의 10%이상씩)로 두고 있다. 주가는 1년 새 3.4배 올라 시가총액이 101억달러(13조8000억원, 환율 1365원 기준)에 이른다.
폼팩터가 웨이퍼 검사의 관문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회사가 새 칩을 설계할 때마다 그 칩의 전극 배열에 딱 맞는 프로브카드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범용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장에 50만~200만달러(6억8000만~27억원)에 이르는 첨단 카드가 수십만 번 접촉하면 마모돼 버려지고, 칩 설계가 바뀌면 또 새로 만들어야 한다. 포토마스크처럼 반복해서 팔리는 소모품인 것이다. 여기에 HBM은 일반 D램보다 프로브카드가 3배 더 들어간다. 적층이 높아질수록, 칩이 커질수록 검사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폼팩터를 세운 사람은 우크라이나 이민자 출신의 이고르 칸드로스(Igor Khandros)다. 키예프공과대학에서 금속공학을 공부하고 키예프 주조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저지 스티븐스공과대학에서 금속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6년 IBM 요크타운 연구소에 들어가 칩을 기판에 붙이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맡았다. 1990년에는 칩 크기 패키징 회사 테세라를 공동창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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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드로스가 파고든 것은 검사 순서의 문제였다. 반도체는 웨이퍼 한 장에 수백, 수천 개의 칩을 동시에 만드는데 당시에는 어느 칩이 불량인지 잘라서 포장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불량 칩에 패키징 비용을 다 쓰고 나서 버리는 셈이었다. 자르기 전에 검사하려면 칩 전극에 바늘을 대야 하는데, 전극이 작아지고 수가 늘면서 사람이 일일이 심는 바늘로는 한계가 왔다.
칸드로스는 반도체 공정으로 바늘 자체를 찍어내는 마이크로스프링(MicroSpring) 기술로 이 문제를 풀었다. 사진을 인쇄하듯 미세 스프링 수만 개를 한 번에 만들어 웨이퍼 전극 배열에 맞추는 방식이다. 스프링 구조여서 눌러도 부러지지 않고 수십만 번을 다시 튀어 오른다. 그는 1993년 4월 뉴욕 엘름스포드에서 폼팩터를 세웠고 1995년 리버모어로 본사를 옮겼다.
첫해 매출은 110만달러(15억원)였는데 인텔과 삼성전자가 초기 고객이었다. 모어데이빗도, IVP, 모건스탠리가 차례로 투자했다. 2000년 첫 흑자를 냈고 2001년에는 매출 7340만달러(1000억원)로 세계 프로브카드 1위에 올랐다. 2003년 6월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공모가 14달러에 첫날 36% 올랐다. 칸드로스가 남긴 특허만 220건에 이른다.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폼팩터는 2004년 한국 프로브카드 업체를 특허 침해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 제소했고 2005년에는 미국 오리건 법원에도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007년과 2008년 한국 대법원은 폼팩터 한국 특허의 핵심 청구항을 무효로 판단했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에서도 같은 결정이 나왔다. 특허 장벽이 무너지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물량이 한국과 일본 경쟁사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칸드로스는 2008년 CEO에서 물러났고 2009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2년간 CEO가 세 번 바뀌는 혼란이 이어졌고, 주가는 2012년 11월 3.70달러까지 떨어졌다. 상장가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회사가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0월 경쟁사 마이크로프로브를 현금 1억달러(1365억원)와 주식 1680만달러(229억원)에 인수하면서다. D램에 편중됐던 사업에 로직 반도체용 프로브카드가 더해졌다. 마이크로프로브 CEO였던 마이크 슬레서는 2014년 폼팩터 CEO에 올랐다.
캘텍에서 항공학·물리학 박사를 받고 검사장비 회사 KLA를 거친 인물이다. 슬레서는 2016년 캐스케이드마이크로텍을 3억5200만달러(4800억원)에 인수해 연구실용 검사 시스템 사업을 붙였고, 이후 FRT, HPD, 키스톤포토닉스를 사들여 광통신 검사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재 폼팩터 매출의 80% 안팎이 프로브카드, 나머지가 연구실·양산용 검사 시스템에서 나온다.
폼팩터의 경쟁력은 바늘의 정밀도에서 나온다. 첨단 로직과 HBM은 전극 간격이 40마이크로미터(㎛) 이하여서 사람이 심는 캔틸레버 바늘로는 대응이 안 되고, 반도체 공정으로 만든 초소형 정밀기계(MEMS) 바늘이어야 한다. 폼팩터는 이 공정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D램용 카드 한 장에 들어가는 바늘이 최대 10만개에 이르고, GPU용 카드는 레인당 448Gbps의 속도와 4㎾ 이상의 전력을 견뎌야 한다. 회사는 로직용 아폴로(Apollo)와 D램·HBM용 스마트매트릭스(SmartMatrix) 두 플랫폼으로 이 시장에 대응한다. 스마트매트릭스는 웨이퍼 전체를 한 번에 접촉해 검사 시간을 줄이는 기술로, 2분기 실적발표에서 고객 2곳이 HBM4에 채택했다고 밝혔다. HBM 프로브카드는 2012년 첫 출하 이후 2025년 1000번째, 올해 1500번째 출하를 넘겼다.
HBM 검사가 유독 까다로운 것은 열 때문이다. HBM은 D램 사이에 마이크로범프, 충전재, 몰딩 수지가 겹겹이 들어가는데 소재마다 열팽창 정도가 다르다. 고온과 저온 시험을 오가면 전극 위치가 미세하게 어긋나고, 대전류가 흐르면 열이 한곳에 몰린다. 바늘이 전극을 빗나가면 정상 칩을 불량으로 버리거나 불량을 놓치게 된다.
올해 6월 SK하이닉스와 공동 발표한 폼팩터 열 시뮬레이션 모델(FTSM)은 온도가 바뀔 때 카드가 얼마나 휘는지 미리 계산해 제조 단계에서 바늘 위치를 보정해 두는 기술이다. 내열 소재를 쓰고 가열 방식 대신 냉각 시스템도 새로 만들었다. 바늘 6만개짜리 카드로 검증한 결과 고온과 저온 모두 정렬이 유지됐고 예측치와 실측치가 일치했다. 폼팩터는 2024년 SK하이닉스 최우수 파트너상을 받았고, 지난 5월 반도체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가 반도체 제조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공급업체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테스트 서브시스템과 전문 장비 두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테스트 부문 1위는 13년 연속이다.
고객이 폼팩터를 찾는 이유가 정밀도만은 아니다. 프로브카드는 칩 설계마다 새로 만드는 주문품이어서 설계 변경에 3~6개월 안에 대응해야 하는데, 폼팩터는 리버모어와 오리건에 설계·생산 기지를 두고 한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에 현지 지원팀을 운영한다. 칩 회사의 설계팀과 초기 실리콘 검증 단계부터 붙어 양산까지 함께 가는 방식이다. 2025년 1월에는 검사장비 1위 어드반테스트, 프로브카드 2위 테크노프로브와 전략적 협력도 맺었다. 검사기와 프로브카드를 한 묶음으로 최적화해 고객의 검사 비용을 줄이는 구도다.
검사 시스템 부문의 성장 축은 광통신 패키징(CPO)이다. AI 가속기 사이의 전기 배선이 속도와 전력의 벽에 부딪히자 칩 바로 옆에 광소자를 붙여 빛으로 통신하는 방식이 등장했는데, 여기서도 검사가 문제였다. 광소자를 패키징한 뒤에 검사하면 불량 하나에 비싼 GPU 패키지 전체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폼팩터는 웨이퍼 단계에서 빛과 전기를 동시에 넣어 검사하는 장비 트리톤(Triton)을 2025년 처음 양산 출하했다. 회사는 이 방식이 패키징 후 검사보다 양품당 검사 비용을 최대 5분의 1로 줄인다고 설명한다. 2017년 세계 첫 실리콘포토닉스 검사기를 내놓은 이후 100대 이상을 공급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프로브카드 시장은 폼팩터 추산으로 2025년 28억달러(3조8000억원) 규모다. 2위인 이탈리아 테크노프로브는 2025년 매출 6억2840만유로를 올렸고 로직용 시장에서 점유율 34%, 수직형 MEMS에서는 60%를 차지한다. 검사장비 업체 테라다인이 이 회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폼팩터가 D램·HBM에서, 테크노프로브가 로직에서 앞서는 구도다. 일본 MJC는 메모리 틈새시장을, 대만 MPI는 중저가 시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산화가 진행 중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폼팩터의 실적은 HBM4 전환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게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원리서치의 분석이다. 2분기(7월 29일 발표) 매출은 2억5820만달러(352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1.9% 늘어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조정 매출총이익률은 53.3%로 1년 전 38.5%에서 15%포인트 가까이 뛰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 0.82달러는 전년의 3배다. 특히 지난 4분기 동안 매출이 30% 이상 성장하고 이익률이 급등했다는 점은 회사가 얼마나 가파른 성장국면에 진입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사업부문별로는 프로브카드 가운데 D램용이 1분기 8290만달러(1130억원)로 70% 늘었고 그중 3분의 2가 HBM용이다. 파운드리·로직용은 1억1120만달러(1520억원)로 30% 늘었다. 검사 시스템 부문은 2분기 4850만달러(660억원)로 74% 급증했다. CPO 검사 매출은 연초 예상치였던 1000만~2000만달러를 3분기에 넘어설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한국이 1분기 매출의 35.6%로 가장 크다. SK하이닉스 단일 고객 비중이 29.5%로 지난해 4분기 19.2%에서 급등했고, 엔비디아는 1분기에 처음으로 10% 고객(10.2%)이 됐다. 반면 중국 비중은 미국 수출규제 확대로 2년 전 14%에서 지난해 7%로 줄었다.
연도별 매출은 △2024년 7억6360만달러(1조420억원) △2025년 7억8500만달러(1조710억원) △2026년 상반기 4억8430만달러(6610억원)다. 3분기 가이던스는 매출 2억7000만달러(3690억원), 조정 매출총이익률 54%, EPS 0.86달러다. 지난해 연간 EPS가 1.30달러였는데 올해는 두 분기 만에 이를 넘어선다. 현금과 유가증권 3억4570만달러(4720억원)에 장기부채는 1050만달러(143억원)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다.
회사는 5월 11일 뉴욕 나스닥에서 연 투자자설명회에서 2030년 목표를 제시했다. 매출 16억달러(2조1800억원)로 2025년의 2배, 매출총이익률 55%, EPS 5달러, 영업이익 5배가 골자다. HBM 적층 수 증가, GPU와 맞춤형 AI 칩의 전력·속도 상승, CPO 검사 시장 개화가 근거다. 회사가 잡은 대상 시장은 2025년 31억달러에서 2030년 45억달러로 연 8% 성장하는데, 자사 매출은 그 2배 속도로 늘려 점유율을 36%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텍사스 파머스브랜치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말 생산을 시작해 내년 1분기 양산 물량을 늘리고 2028년부터 이익률에 기여한다는 일정이다. 올해 설비투자는 1억4000만~1억7000만달러(1900억~2300억원)다.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2153명으로 생산 1298명, 연구개발 422명이다. 경영진은 KLA, ASML, AMD, 온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 11명의 평균 목표주가는 127.45달러다. 25일 종가 129.69달러(17만7000원)가 이미 평균 목표를 넘어선 상태다. 주가는 6월 30일 160.27달러까지 올랐다가 19% 내려온 상태다. 회사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공급망 제약 탓에 생산능력 확대가 막혀 있고 신규 CPU 고객 물량을 다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7년까지는 성장이 생산능력에 묶여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주가 방향을 가를 변수는 10월 말 3분기 실적에서 나올 4분기 가이던스와 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HBM4 출하 속도다. 프로브카드 주문은 메모리 출하보다 한 분기 앞서 잡히기 때문이다.
◇폼팩터 주요 연혁
1993년 4월 이고르 칸드로스, 뉴욕 엘름스포드에서 설립. 1995년 캘리포니아 리버모어 이전
1995년 반도체 공정으로 만든 바늘 마이크로스프링 출시, 첫 매출 110만달러
2001년 매출 7340만달러로 세계 프로브카드 1위
2003년 6월 나스닥 상장, 공모가 14달러, 첫날 36% 상승
2004~2010년 한국 피컴·일본 MJC 특허소송, 한국 대법원 특허 무효 판결, ITC 위반 없음 결정
2009년 칸드로스 은퇴. 2012년 11월 주가 3.70달러 역대 최저
2012년 10월 마이크로프로브 인수, 로직 프로브카드 진출. HBM 프로브카드 첫 출하
2014년 마이크 슬레서 CEO 취임. 2016년 캐스케이드마이크로텍 인수
2026년 1분기 SK하이닉스 매출 비중 29.5%, 엔비디아 첫 10% 고객
2026년 5월 투자자설명회, 2030년 매출 16억달러·EPS 5달러 목표 제시
2026년 6월 SK하이닉스와 HBM 프로브카드 열 보정 기술 공동 발표
2026년 7월 2분기 매출 2억5820만달러, 4분기 연속 30%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