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업계 사회기여, 아쉬운 이유

방윤영 기자
2026.09.15 05:30

"증권업계가 내놓은 사회기여 방안이 많이 부족하죠."

증권업계가 1조원 규모의 벤처 세컨더리 투자를 사실상 사회기여 방안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에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투자자 덕분에 10조원 넘게 벌어놓고 1조원을 내놨다는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내용 측면에서도 투자자 교육이나 보호 방안이 빠져 쉬운 길을 택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에 사회기여를 요구하는 배경은 올해 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증권사 61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9조518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2930억원)과 비교하면 약 80% 늘었다.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9조6455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자산운용사까지 더하면 금융투자업계의 당기순이익은 13조원이 넘는다. 자산운용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조1533억원을 합하면 업계 전체 순이익은 13조6735억원이다.

특히 주식거래 중개를 대가로 받는 수탁수수료만 10조원에 달한다. 증권사의 상반기 수탁수수료는 10조75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5222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늘었고 이미 지난해 전체 수탁수수료(8조6021억원)를 앞질렀다. 주식거래대금이 지난해 1분기 641조원에서 올해 1분기 2775조원, 2분기 4438조원 등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결국 투자자 덕분에 증권업계가 실적 잔치를 벌였는데도 투자자를 위한 사회기여에는 소홀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은행권이 저신용자를 위한 금리 인하, 채무조정 등 금융소비자에게 직접적 혜택을 주는 포용금융을 실행 중인 것과도 비교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말 예정된 증권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투자자 보호·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회기여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 증권사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사회기여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급증,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고위험 상품 투자 등에 따라 투자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등 떠밀려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증권업계가 본업의 특성을 살려 선제적으로 사회기여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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