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최대 2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외국인 이탈로 약해진 국내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시장이 재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6000선을 내줬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총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겠다고 다시 밝혔다. 이미 집행했거나 확정한 금액은 35조원이며 남은 55조~75조원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환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전날 현금배당 30조원 이상과 자사주 매입·소각 60조원 이상 등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했다. 시가총액 1·2위인 두 회사의 주주환원 규모를 합하면 최대 210조원에 달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양사의 이익창출력 확대에도 주가는 고점 대비 하락하며 현재 PER(주가순이익비율) 3배 수준의 이례적인 저평가 국면에 진입해 있다"며 주주환원이 저평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주환원 총액이 그대로 국내 증시에 유입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투자자는 고려해야 한다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주환원은 크게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나뉜다. 이 중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자기 회사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것으로 실제 매수수요를 발생시킨다. 이달 중 마무리된 삼성전자(약 15조원)와 SK하이닉스(약 40조원)의 자사주 매입은 매입기간에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세를 흡수하며 지수를 지탱했다.
반면 현금배당은 배당금을 받은 투자자가 국내주식을 사지 않고 소비, 예금, 해외투자 등에 쓸 수 있어 국내 증시 수급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특히 외국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향방이 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약 46%, 48%다.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약 28조원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이 이 돈을 국내주식에 재투자하면 수급에 힘이 되지만 달러 등으로 환전해 해외로 송금하면 유동성 확대 효과는 제한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주주환원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이지만 발표된 금액 전체가 새로운 매수자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증시의 지속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주주환원 확대 규모가 얼마나 실제 신규 투자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4.78포인트(1.24%) 내린 5937.66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이 기대했던 신규 주주환원책을 보여주지 못한 삼성전자는 4%대 하락했고 최대주주인 LG화학의 지분 매각 소식에 LG에너지솔루션은 8% 넘게 빠졌다. 코스닥지수도 18.05포인트(2.34%) 내린 753.23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하락 영향으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도 타격을 받아 전기·전자업종이 2%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