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보고서, 통신비밀 보호 무시 수사관행 드러나

최광 기자
2015.01.23 15:35

네이버·다음카카오 투명성 보고서 발표…"수사기관·법원, 프라이버시 다시 생각해야"

네이버, 다음카카오 수사기관 이용자 정보 요청 처리 현황

네이버(NAVER)와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이 요청한 이용자 정보와 자신들이 제공한 이용자 정보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나란히 발표했다. 수사기관은 정보 요청 한 건에 수십 명의 이용자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카카오가 23일 공개한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 통신사실확인 조치 등 1만4321건의 이용자 정보제공 요청을 받았고 이중 1만460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가 제공한 이용자 정보는 ID기준 35만7578건 이상. 카카오가 압수수색 영장을 처리할 때 ID기준 제공 현황을 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수는 적게는 수만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카카오 서비스를 제외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요청 하나에 35건 이상의 ID 정보를 요구한 셈이다.

네이버가 22일 공개한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리포트에도 수사기관은 요청 한건에 10여개의 ID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네이버에 요청했다.

다음카카오 압수수색 영장 처리 현황

◇압수수색 영장 하나로 97건 정보 요청

특히 다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는 압수수색 영장 하나로 97건의 ID 정보 제공을 요청했고, 하반기에도 61건의 정보 제공을 요청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업계에서는 "카페 등을 수사할 경우에는 카페 회원 수십명의 ID를 영장 하나로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신 비밀은 헌법적 권리로 이를 제한할 때는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 등에 의해 엄격하게 법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수사기관이 요청 한 건으로 수십 명의 이용자 정보를 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대상자마다 수사기관이 필요한 목적과 범위 등이 모두 다른데, 하나의 영장으로 처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감청 영장을 청구할 때에는 이용자 한 명당 하나의 영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수사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 이 때문에 감청 영장 하나에 수백 페이지가 넘는 청구서가 제출되는 일도 빈번하다.

윤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편의를 위해 영장 하나에 포괄적으로 대상을 정해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은 수사를 위한 청구에 기각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이번 투명성 보고서를 계기로 이같은 관행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통신사실 요청 처리 현황

◇인터넷 업체도 형식 못 갖추면 영장 내밀어도 못 줘

이번 보고서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이용자 정보 요청에 대해 일부 거부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수사기관의 요청 문서가 형식 요건에 맞지 않거나, 요청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 이미 탈퇴한 회원의 경우에 한해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기에 앞서 면밀히 검토해 형식적 요건이 완벽한 지를 살피지만,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추지 경우가 많거나 대상자를 특정할 수 없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요청 대비 조치율이 87.6%였으며 통신사실확인자료는 84%의 조치율을 보였다. 다음의 경우도 지난해 압수수색 영장은 4772건의 요청을 받아 4394건을 조치해 92.1%의 조치율을 기록했고, 통신사실확인 요청은 3488건의 요청 중 1523건만을 조치해 43.6%만을 조치했다. 카카오도 1827건의 통신사실확인 요청 중 1421건을 조치, 75.9%의 조치율을 보였다.

특히 다음의 경우 비실명 이용자가 많아 수사기관이 요청한 이용자 정보가 해당 회원인지를 특정할 수 없어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감청 논란으로 수사기관·법원도 조금씩 엄격해져

지난해 말 불거진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압수수색 영장 한건 당 요청 정보수는 네이버의 경우 2014년 상반기에 14건에서 하반기에는 5건으로 크게 줄었다. 다음의 경우에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영장 하나로 평균 97개의 ID 정보를 요청했으나, 하반기에는 61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요청 하나로 처리하는 대상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국민의 통신비밀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같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사생활과 통신비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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