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마크 저커버그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김지민 기자
2015.04.14 05:38

[SW중심사회, 교육이 먼저다](상)스마트폰 대신 SW를 알려주자…일본 2003년 고등과정에 정보과목 필수

[편집자주] 소프트웨어(SW) 중심 사회다. 전 세계를 흔드는 것은 물리적 노동을 필요로 하는 굴뚝 산업이 아닌 고도화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IT업체들이다. 인류의 삶을 진일보시킨 컴퓨터, 세상에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제공해 삶의 질을 바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SW 중심의 사고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자칭타칭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는 아이러니하게도 SW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SW교육 시스템의 부재다.
/표=유정수 디자이너

서울 종로구 A컴퓨터 학원 건물 앞. 주말 저녁이면 주정차 된 자동차들로 평소보다 북적인다. 자녀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 때문이다. 주말을 이용해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틀 동안 각각 5시간씩 총 10시간 수업을 받는다. 특수목적고나 대학 입시를 위해 수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IT에 소질이 있는지 여부를 일찌감치 탐지하기 위해 학원을 보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이 학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녀가 아무리 졸라도 스마트폰은 사주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서비스 기능이 없는 2G 휴대폰을 사준다. 다른 일과에 지장을 받지 않는 주말에는 자녀를 컴퓨터 학원에 보낸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런 태도는 ‘SW 중심의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일까.

사교육 시장에 SW가 한 과목 더 느는 것에 대한 우려에도 ‘대세가 SW’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새로운 소통의 방식으로 등장해 삶의 방식을 바꿔 놓은 SNS는 SW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역시 마찬가지다. 사물에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부여하는 일은 SW가 아니고선 해낼 수 없었다.

세상이 온통 SW로 뒤덮여있다. 하지만 IT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SW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는 SW 교육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SW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을 SW교육 시스템의 부재로 보고 있다.

정부는 작년 SW 교육 과정 전반에 손을 댔다. 오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실과 교과의 내용을 SW 기초 교육으로 개편키로 했다. 중학교에서는 선택 과목인 ‘정보’를 필수 과목으로 바꾼다. 고등학교에서는 심화 선택으로 돼 있는 ‘정보’ 과목을 일반 선택과목으로 전환한다.

대대적인 개편이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조치였다. 인도는 2010년과 2013년에 초·중등학교에 컴퓨터 과목을 필수로 지정해 교육해 왔다. 일본은 2003년에 정보 과목을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교육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2년간(5~6학년) IT 관련 수업을 17시간 배정하는데 이는 프랑스(78시간), 인도(180시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배울수록 더욱 유리한 SW 교육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정연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정보과학 교육은 논리적 사고를 하는 방식을 훈련하는 것으로, 어려서부터 배워야 학습효과가 극대화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시자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 버그는 모두 SW를 어린 나이에 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SW 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현재 SW 교육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학문적 토대를 다지기 위한 차원이 아닌 단순 입시 목적에 한해 접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SW교육이 선행교육으로 변질될 경우 정보격차 확대와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컴퓨터공학은 기능 위주의 1세대 관점이나 산업에 적용하는 2세대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누군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준다는 3세대 관점에서 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선행 학습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필수 역량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제도와 인식 개선이 수반된 SW 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민 협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0일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와 한국정보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SW중심사회를 대비한 정보과학교육’ 포럼에서는 SW교육에 있어 민과 관이 공동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학교 교육에 널리 보급할 수 있는 제도가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들이 쏟아졌다.

김지현 네이버 제휴협력실 이사는 “SW교육은 민이나 관 어느 한 곳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민과 관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SW교육이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교육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