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 '삶의 혁신' 가져왔다?… 장애인에겐 '먼 나라' 얘기

서진욱 기자
2015.04.16 05:43

[u클린2015]<3>웹에 비해 열악한 앱 접근성, '법적 규제'는 찬반 논란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정보사회 新문화 만들기'의 하나로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1년째를 맞았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디지털 문화가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필수 기기가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시공을 초월한 정보 접근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스마트시대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사이버 왕따', 악성 댓글이나 유언비어에 따른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보안위협,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 과다사용으로 인한 중독 논란의 문제는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장애인이나 노년층 등 소외 계층의 정보접근 능력이 떨어지면서 정보격차도 커지고 있다. 올해 11회째를 맞은 [u클린] 캠페인은 스마트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함께 스마트폰 윤리의식과 기초질서를 정립하는 기존 사업방향은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함께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도래한 스마트시대, 새로운 부작용과 대응방안을 집중 조명하고 긍정적인 면을 더욱 키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서울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은 주요 교통수단 예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의 앱 접근성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전국고속버스운송조합(KOBUS), 코레일톡 앱 중 주요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앱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대한항공과 KOBUS 앱은 예매를 위한 승차권 조회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시아나와 코레일톡의 경우 예매까지는 가능했지만, 예매 확인 또는 취소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현재 아시아나 앱은 개선이 이뤄져 모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2009년 본격적으로 보급된 스마트폰은 앱을 통해 인간의 삶에 혁신을 가져왔지만, 장애인들에겐 아직도 먼 나라 얘기다.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앱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어려워, 비장애인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크게 개선된 웹 접근성에 비해 열악한 '스마트 접근성'

16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4년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과 비교한 장애인의 스마트 정보화 수준은 △스마트 접근 79.9% △스마트 역량 45.0% △스마트 활용 59.7% △스마트 종합 60.2% 등으로 나타났다. 비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현실에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장애인의 PC기반 정보화 수준은 크게 개선됐다. 정부가 정보격차 해소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PC기반 종합 정보화 수준은 2004년 57.5%에서 2014년 85.3%로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컴퓨터 보유율(74.0%)이 전체 국민(78.2%)과 비슷한 수준까지 개선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미래부는 "낮은 스마트폰 보유율, 낮은 기기 이용능력 등으로 유·무선인터넷을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이용하지 못해 PC기반에 비해 스마트 정보격차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애인에겐 '무용지물' 앱 태반… "규제 위한 법적 근거 마련해야"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5조 원 규모로 급성장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소셜커머스 앱을 통한 쇼핑은 꿈도 꿀 수 없다. '대체 텍스트'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이미지로 이뤄진 상품 소개를 인식할 수 없어서다. 대체 텍스트는 이미지,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형식의 콘텐츠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한다. 소셜커머스 앱처럼 대부분 정보를 이미지로 제공할 경우 대체 텍스트가 없으면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 없다.

미래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은 장애인과 고령자의 접근성 보장을 위해 △대체 텍스트 제공 △초점(focus) 기능 △운영체제 접근성 기능 △누르기 동작 지원 △자막, 수화 등 제공 등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용대상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으로 한정해, 기업과 민간단체는 지침을 따를 의무가 없다. 지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앱 접근성 향상시키려면 기업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실장은 "앱 접근성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에 관련 내용을 요구하기 어렵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개정해 앱 접근성 향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보통신 및 의사소통 등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웹 접근성에 한정돼 있다는 게 한계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차별 진정사건 접수 현황'에 따르면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정보통신 및 의사소통 관련 내용은 1114건(14.5%)로 재화 및 용역(15.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스타트업 진입장벽 높일 우려 커"… 기업의 인식 전환 '절실'

하지만 앱 접근성 관련 내용을 법으로 규정할 경우 스타트업 생태계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금력이 취약한 스타트업들에 사업 초기부터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강제하는 건 매우 큰 부담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법으로 장애인을 위한 앱 접근성 구축을 강제한다면 초기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도전하려는 인원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법에 명문화한다고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법적 규제는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앱 접근성에 대한 기업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인센티브 제공이 필수적이다.

최근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7주년 토론회에 참석한 노석준 성신여대 교수는 △장애인 정보접근성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주무부서 마련 △장애인 정보접근성 관련 표준 제정 및 인증 분야 확대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경비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형남 웹발전연구소 대표는 "대기업과 IT(정보기술) 관련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며 "사회공헌활동에 앱 접근성 내용을 넣으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실장은 "미래부의 지침을 바탕으로 기업 개발자들이 앱 접근성을 인지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앱에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추가하면 지원금을 주는 방식의 인센티브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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