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유리창으로 들여다 본 강의실에는 막 수업을 마친 교사 서넛이 모여 얘기를 나누는데 여념이 없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정답게 나누고 있는지 물었다. "스크래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여기 모인 선생님들 다들 만족스러워하면서 이렇게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여교사의 입가에는 연신 웃음꽃이 폈다.
봄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찾은 SK플래닛 상생혁신센터의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훈훈했다. 서울대 연구공원에 자리한 센터에 들어서자 '이참에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발적으로 모인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 전담 교사들의 뜨거운 학구열이 느껴졌다. SW교육의 제도적 기반은 닦이지 않았지만 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이처럼 앞장을 서고 있는 곳들이 있다.
2년 전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정한 'SW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중심으로 SW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교육 대상은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초·중·고 학생과 이들을 가르치는 교수 인력(교사 및 전담강사)에 집중하는 편이다. SW교육 특성상 조기에 개념을 잡아줄 필요성이 크지만 현재 공교육 제도 하에서는 교사나 학생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는 SW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이 없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교사들이 가르치는 수업 내용은 OA(Office Automation)과정이라 불리는 엑셀이나 한글, 워드 등을 활용하는 것에 머물러 있는 상황.
이번 SK플래닛이 진행하는 수업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서창숙(서울 난우초등학교 방과 후 컴퓨터 교실 전담강사)씨는 "4년 전만해도 OA과정을 가르치는 것에 큰 부담이 없었지만 스마트폰이나 PC등이 널리 보급된 지금 아이들에게 한글이나 워드를 가르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수업은 OA과정 위주로 짜여있다는 점이 늘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갈증을 채워주는 것이 기업이다. 네이버는 2013년부터 '소프트웨어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SW교육을 해오고 있다. 작년부터 주말을 이용해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SW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삼성전자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SW교육을 해 오고 있다.
SK플래닛은 2010년부터 'T아카데미'를 통해 IT전문가에서부터 스타트기업 창업자까지 넓은 범주를 대상으로 IT교육을 진행한다. 2011년부터 고등학생 앱 경연대회인 '스마틴앱챌린지'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창업과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미래부와 함께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 전담강사 양성과정'을 시작했다. 스크래칭, 코딩, 3D프린팅 등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분야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이번 과정에 참여를 희망하는 교사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고 SK플래닛 관계자는 전했다. SK플래닛은 2017년까지 SW심화교육 과정을 거친 강사 36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SW교육이 연계성을 갖고 이뤄지기기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도 필요하다. SW관련 수업이 공대생을 대상으로 한정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청소년기에 아무리 열심히 SW교육을 받는다한들 진정한 효과나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최근 들어 이를 타개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국민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입생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과목을 문과와 예체능계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했다. 학교가 요구하는 과목을 모두 이수하면 간단한 채팅이나 메신저, 게임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보유할 수 있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SW교육은 모든 학생을 프로그래머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훌륭한 도구를 가르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초·중·고등학교 때 코딩 교육을 받는 것이 컴퓨팅 사고를 키우는데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