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결제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체이스(Chase), 메이시스(Macy’s) 등 대규모 업체들의 지원을 강조했다. 하지만 애플페이 출시 전 몇 년 동안 애플과 협력한 업체 중에는 핀테크 업계의 ‘난장이’라 할 만한 곳도 있었다. 불과 4년 전에 세워진 샌프란시스코의 신생기업 스트라이프(Stripe)였다.
스트라이프는 2010년 기업이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신용카드 결제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툴을 판매하는 업체로 출발했다. 얼마 안 있어 기존 결제처리 업체보다 코딩이 편리하다는 평판을 얻으면서 앱 개발자들에게 인기가 좋아졌고, 애플은 애플페이를 설계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트라이프를 협력사로 선택했다. 이제 스트라이프는 이용요금 청구서비스와 온라인 결제시스템까지 제품군을 확장했다. 월마트, 트위터, 카풀 앱 리프트(Lyft)도 스트라이프의 고객사다. 지금까지 유치한 벤처투자는 1억9000만 달러에 달하며, 투자자 중에는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티엘, 엘론 머스크, 맥스 레브친도 포함돼 있다.
샌프란시스코 미션지구에 자리 잡은 스트라이프 본사 구내식당에서 패트릭 콜리슨 CEO 및 공동창업자를 만나 전자상거래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그의 구상을 들어봤다.
Q 결제처리는 상당히 간단한 기능 같다. 결제처리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
A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기술기업은 에어비앤비(Airbnb)나 리프트(Lyft) 같은 모바일 마켓플레이스다. 소프트웨어는 모든 산업, 부문,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술기업들이 지금까지 오프라인 시장이었던 영역에 더 많이 진출할수록 사업모델에서 결제의 중요성이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다. 스트라이프는 이러한 차세대 기술기업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Q 현재 세계 상거래의 2%만이 전자상거래다. 왜 이렇게 비중이 작나.
A 인프라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 중남미나 중국에서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구매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웹사이트 대다수는 신용카드만 받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전자상거래의 소비자가 북미와 서유럽에 제한된다.
미국에서도 전자상거래는 전체 소매거래의 6%를 차지할 뿐이다. 기술의 문제인가, 아니면 기업의 문제인가.
당연히 기술의 문제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만한 장소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제 번화가를 걷다가 우연히 그곳을 발견하는 일은 없다. 휴대전화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먼저 찾아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바일 기기에서 물건을 살 때는 어떤가? 링크를 클릭하고, 알 수 없는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로 이동하고, ‘장바구니 담기’를 클릭하고, 화면을 확대해 보고, 주소와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결제하기 버튼을 클릭한다. 10단계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마지막 단계에서 오류가 날 수도 있다.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1달러를 건네는 것은 아주 쉬운데 디지털 방식으로 1달러를 건네는 것은 정말 어렵다.
Q 스트라이프가 개발에 참여한 애플페이는 잘 통하는 것 같고, 파트너도 많다. 하지만 크게 진보적인 기술은 아닌 것 같다.
A 나는 애플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꽤 공격적인 접근을 취했다고 본다. 상점에 신용카드 번호가 아니라 ‘토큰’을 넘겨준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변화다. 그 업체에서 보안사고가 난다 해도 고객의 정보를 훔쳐갈 수 있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프라이버시 측면의 변화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결제 데이터를 모두 종합해 광고 타게팅에 사용하는 것은 애플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현될 수 없는 유토피아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 없다. 새로운 결제기술이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며, 얼음처럼 단단한 업계의 기성 질서에 나 있는 작은 틈을 보여준다.
Q 스트라이프는 애플페이보다 급진적인 구상에도 힘을 쏟는 것으로 안다.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고 있고 비트코인의 대안인 스텔라(Stellar)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A 비트코인은 금융부문의 ‘로르샤흐 검사’ 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자신이 꿈꾸는 화폐의 미래를 비트코인에 투사한다. 스트라이프의 목표는 디지털 결제와 상거래를 더욱 보편화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에는 가치를 전달하는 보편적 수단이라는 성격이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사용자 경험 면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거래가 완료되려면 몇 분이 걸린다. 비트코인을 구매하기도 어렵다. 스텔라의 경우 디지털 화폐에 더해 일반적인 진짜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거래는 순식간에 완료된다. 스트라이프가 스텔라에 투자한 것은 더욱 보편적이고 쓸모 있는 인터넷 상거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찬성하기 때문이다.
Q 스트라이프는 처리되는 거래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 가져간다. 큰 수익을 올리는 다른 소프트웨어 신생기업만큼 마진을 확보할 수 있나.
A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사업의 수익성은 좋은 편이다. 페이팔의 손익계산서나 마진은 아주 양호하지 않나. 스트라이프는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고, 어쩌다 보니 거래량의 일정 비율로 가격을 매기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가격정책 실행상의 디테일에 불과하다. 거래량의 일정 비율을 청구하든, 월 단위나 연 단위로 이용요금을 청구하든 마진이 크게 달라질 이유는 없다.
번역 이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