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출근하던 '벤처 신화' 팬택의 쓸쓸한 출근길

최광 기자
2015.06.04 14:56

"희망을 품고 버텨보자는 말도 힘들다" 탄식 속 조용히 법정관리 종료 준비 중

4일 오전 8시 45분. 상암동 팬택 사옥 로비는 한산하기만 하다.

4일 오전 8시 45분 상암동 미디어시티역 앞. 지하철역에서 나온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빌딩 속으로 속속 걸어간다. 높게 솟아있는 건물 하나만은 쓸쓸하게 한산하다.

이시간대면 긴 줄이 늘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로비도 한산하다. 법정관리 철회 신청을 한 지 열흘이 지난 팬택 R&D 센터의 아침 풍경이다.

로비 한 켠 전시된 팬택의 구성원 사진들만이 한 때 이곳이 3000명이 출근하는 '벤처기업의 신화'였음을 알려준다. 사진 속에는 24년 팬택이 기억하고 있는 현장들이 빠지지 않고 기록돼 있다. 객들이 보내온 응원의 메시지들도 빼곡하다. 한 장면 한 장면 팬택 회생을 바랐던 임직원들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이곳을 찾던 발걸음도 이제는 끊겼다.

팬택의 영광의 순간과 함께한 사람들의 사진들이 상암사옥 로비를 지키고 있다.

법정관리 중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남아있던 100여 명의 직원도 하나둘씩 출근을 포기했다. 팬택 상암 사옥으로 출근하는 인원은 60명 남짓이다. 대부분 회사 정리에 필요한 인력들이다.

팬택이 잘나가던 시기에는 직원들 월급을 챙겨주느라 바쁘게 움직였을 인사팀 직원은 이제 퇴사 처리한 직원들을 위해 이직확인서를 발부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수출한 휴대폰의 지급 기일을 따지며 이자 지급일을 계산했을 재무팀 직원은 나날이 떨어지는 자산 가치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무급휴직을 받아 먼저 직장을 떠난 동료가 한때는 너무나 미안했지만, 이제는 부럽기만 하다는 직원도 있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은 "자신이 왔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에는 그래도 출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커피를 마시러 오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말을 아낀다.

출근길에 만난 한 임원은 "이제는 직원들에게 희망을 품고 버텨보자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올랐다.

팬택은 지난 1991년 삐삐 생산을 시작하며 태어난 벤처기업으로 한 때 세계 7위의 판매고를 올리며 직원 수 400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07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2011년 무사히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빠르게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가 구축됐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높은 가격경쟁력에 쓸만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팬택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박병엽 부회장은 2013년 9월 팬택의 경영권을 포기했고, 800명의 직원이 무급 휴직했다. 남아있는 직원은 베가 시크릿노트 등 신제품이 팬택을 되살려 줄 것이라 믿으면서 버텼다. 하지만 그 믿음도 물거품이 됐다.

팬택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선택할 때에만도 300여명의 직원들이 남아 회생을 준비했으나, 10개월이 지나도록 팬택은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며 법원에 법정관리 철회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철회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이르면 금주 중으로 내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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