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방송 편가르기가 존재했을 뿐 국익은 없었다." 3년 여 간의 논란 끝에 잠정 확정된 700㎒ 대역 주파수 할당방안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정부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원회는 6일 700㎒ 대역 주파수를 재난망 20㎒폭, 통신용 40㎒폭, 방송용 30㎒폭으로 각각 할당하는 분배안을 잠정 확정했다. KBS1,2, MBC, SBS, EBS 등 5개 지상파 채널에 모두 분배해 달라는 요구에 충분해야 할 주파수 보호대역을 줄이는 고육책까지 나왔다.
이를 두고 전체 국민의 편익보다는 방송사의 이해만을 고려한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주파수 소위원회 논의과정에서 '국익'과 '공익'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방송·통신 중 어느 편을 들 것이냐는 '이분법적 경쟁 프레임'만 있었을 뿐이다. '국민의 자산'인 주파수 정책이 결국 이렇게 결정됐다.
◇3년 700㎒ 전쟁, 대체 왜?
700㎒ 대역이 논란의 중심에 선 건 2013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맞물려 정부에 회수되면서부터다. 고주파수 대역에 비해 전파 특성이 좋다. 다용도 활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급증하는 모바일 트래픽을 감안해 통신 용도로 할당할 참이었다. 2010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하자는 권고까지 제시됐던 상황.
당장 쓰던 주파수를 내놓게 된 방송계의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난시청 환경 개선과 지상파 다채널방송(MMS)나 UHD(초고화질) 방송 등 차세대 방송 준비를 이유로 방송용으로 할당해달라는 요구다.
2012년 초 당시 주무부처였던 방송통신위원회는 모바일 광개토플랜에 따라 700㎒ 대역 전체 108㎒ 폭 가운데 40㎒폭을 통신 용도로 할당했다. '반쪽 할당'안은 방송계의 반발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역폭에 대한 재배치 계획은 디지털전환 및 융합 기술의 발전 추세 등을 고려해 결정을 추후로 미뤘던 것.
이는 당시 방통위의 크나큰 실책이었다. 합의제 구조여서 독임제에 비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비교적 쉬웠음에도 결정을 미룬 결과, 3년째 지리한 소모적 분쟁과 분열만 가중돼왔던 것. 결과적으로 700㎒ 대역이 황금알에서 누더기 주파수로 전락한 근원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주파수 정책 소관이 새로 출범한 미래부로 이관됐다. 이후 700㎒ 대역을 둘러싼 용도할당 논란은 오히려 더 가열됐다. 가뜩이나 방송정책을 미래부와 방통위로 쪼개지다 보니 부처간 알력 다툼도 없지 않았다. 결국 양 부처의 불협화음 속에 미래부-방통위 합동 연구반 구성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업계의 UHD 방송이 상용화된 것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 대역을 UHD 지상파 방송 용도로 할당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던 중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국가적인 재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지휘체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여론이 높아졌고, 이를 위해 재난망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 이에 정부는 700㎒ 대역 중 20㎒ 대역을 재난망에 배정키로 했다.
다급해진 건 지상파 방송 쪽이다. 여기에 국회도 가세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원회가 긴급 구성된 것. 헌정 사상 이제껏 행정부 고유 영역이었던 주파수 할당정책을 국회가 직접 감독하겠다는 나선 것. 월권 행위 논란도 이어졌지만, 국회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미래부-방통위 합동 연구반이 국회에 연구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공익'과 '국익'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다는 일방적인 지상파 편들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지난 5월 정부는 국회 소위원회에 700㎒ 대역을 KBS, MBC, SBS 지상파 4개 채널을 배정하는 '4+1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700㎒ 대역 배정에서 제외된 EBS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논리로 주파수 배정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또다시 700㎒ 대역 중 서로 다른 서비스의 주파수 간섭을 피하기 위한 보호대역을 줄여가며 6㎒ 대역을 확보했다. 결국 지상파 방송이 얻을 건 다 얻은 셈이다.
◇'누더기 주파수' 피해는 누가?
정부는 이번 700㎒ 대역 분배안에 대해 '고심 끝에 찾은 묘수'라고 자평한다. 통신용도로 광대역 LTE 주파수를 공급하는 동시에 지상파 5개 채널 모두 UHD 방송을 실시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았다는 것. 700㎒ 대역 내 쓰는 주파수 영역이 달라 일본과의 혼선 우려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파수 간섭 보호대역을 좁힘으로써 우려되는 국내 방송-재난-통신 혼선 우려 역시 크지 않는 것으로 검증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미래부 관계자는 "실증망 유사 환경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테스트 했을 때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파수 전문가들은 이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같은 통신서비스 구간에서도 간섭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을 외면한 채 낙관적으로만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은 전파의 출력이 강해 송출국 인근 지역에서는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편익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당장 정부로서는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에 공짜로 주파수를 줘야한다. 1조원대의 국고 확충이 불가능해졌다.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용 주파수 공급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360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망 품질과 이용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현재 10%도 채우지 못하는 지상파 직시청가구, 이 가운데 또다시 소수층만 해당하는 UHD TV보유 가구의 편의를 위해 절대 다수의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줄어들 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이었겠지만, 700㎒ 주파수 배분계획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라며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