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체질은 나쁘고 알칼리성 체질은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래서 알칼리식품을 먹어야 알칼리 체질이 유지되고 몸에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주장은 과학수준이 유치하던 19세기 말, 스위스 바젤대학의 구스타프 폰 붕게 박사로부터 시작됐다. 즉, 우리가 먹는 영양성분이 체내에서 연소된다고 하는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했다.
연소란 불로 태운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 영양성분은 체내에서 타는 것이 아니라 ‘대사’라는 산화과정을 거쳐 소모된다.
그런데도 붕게 박사는 식품을 연소하고(태우고) 남은 재에 어떤 종류의 원소(이온)가 많은가를 조사해서 산성, 알칼리 식품으로 나누는 오류를 범했다.
이때 재에 남은 원소에 산성이 되는 P, S, Cl, F, Br 등의 음이온의 양이 많으면 산성 식품으로, 알칼리성이 되는 Na, Ca, K, Mg, Mn 등의 양이온이 많으면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식초는 산성인데도 산성 식품이 아니라 알칼리성 식품이 되고, 소고기, 돼지고기 등은 중성인데도 산성 식품으로 취급받는다. 지금의 과학으로 보면 얼토당토 않는 분류법인데도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믿고 잘못된 지식을 그대로 퍼 나르고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혈액의 수소이온농도(pH)는 이런 원소의 과다가 결정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실제는 이들 원소가 아니라 영양성분인 유기물질이 더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우리 혈액이나 체액의 pH는 7.3~7.4 정도다. 항상 pH가 변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즉, 체액의 pH 변화에 대항하는 완충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산성이 들어오든 알칼리성이 들어오든 혈액의 pH는 변함없이 이 중성 부근으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혈액의 pH가 0.2 정도만 바뀌어도 생명의 유지가 어렵다.
지금의 산성, 알칼리성 식품의 분류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으며 실제 혈액의 pH에 미치는 영향도 그들의 분류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글 이태호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10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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