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긴급구조 정밀측위 협조해달라" 韓 정부 요청에 애플의 '딴지'

성연광 기자, 최광 기자
2015.10.29 08:02

애플, '긴급구조 가능' 단말 여부 소비자 고지 한국 정부 방침에 이의…"아이폰 부당 차별"?

소비자가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할 때 ‘긴급구조시 정밀 측위가 가능한 단말기인지’를 알리는 우리나라 정부의 제도 개선안에 애플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국 스마트폰과 비교해 자사 제품인 ‘아이폰’이 부당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동전화 가입 시 긴급구조 시 정밀 측위가 가능한 단말기인지를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표준 가입신청서를 수정하는 방안을 두고 이통 3사와 협의 중이다. 이는 긴급출동·구조체제 구축과 운영 실태를 점검했던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후속 보완 대책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일부 해외 스마트폰과 자급제폰 등이 긴급 구조 시 대상자의 위치에 대한 정밀 측위가 불가능한데도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며 제도 개선에 나서줄 것을 미래부에 통보했다.

오원춘 살인 사건을 계기로 2012년 개정된 위치정보법에 따라 119에 이어 112에도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살인, 강도, 납치 등 긴급 상황에서 경찰 등 긴급 구조기관이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통신사에 요청하면, 통신사는 기지국 위치정보와 스마트폰의 GPS·와이파이로 측정된 신고자 위치를 제공한다.

그러나 일부 해외 단말기와 자급제폰은 구조기관이 정밀 측위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긴급 상황에서 신속한 구조가 어렵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 사항

중 하나다.

정밀 측위는 스마트폰의 위성항법장치(GPS)와 와이파이 모듈을 활용한 위치 추적 방법을 말한다. 무선 기지국 위치정보를 활용할 경우, 평균 오차범위가 150m~수Km인 반면, GPS는 9~17m, 와이파이는 20~50m로 오차 범위가 좁아 보다 정밀하게 신고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아이폰이다. 정부 조사 결과, 2013년 9월 이전 판매된 기종의 경우 이통사가 신고자의 정밀 측위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없다. 이후 판매되고 있는 기종 역시 112 등 긴급통화가 연결된 상태에서만 정밀 측위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 하지만 30~120초 정도 소요돼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산 스마트폰은 긴급통화가 끊긴 후에도 GPS와 와이파이 정밀 측위가 가능하다. 긴급구조에 한해 원격에서 GPS나 와이파이를 자동으로 켤 수 있는 소프트웨어(WS)가 깔려 있기 때문.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판매 단말기에 한해 애플 측에 정밀 측위 기능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에 대해 글로벌 제품 정책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측은 정부의 제도 개선 방침에 대해 “부당 영업 차별 행위라며”라며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관련 고지 내용이 소비자에게 편향된 오해를 줄 수 있고, 이 때문에 아이폰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애플코리아측은 “언급할 게 없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애플은 별도의 외교 채널까지 동원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어, 자칫 한·미간 통상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작년 5월 수원에서 경제고로 술을 마신 30대 남자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지만, 휴대폰 정밀 측위가 불가능해 보름이 지나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정밀 측위 실패로 긴급구조에 어려움을 겪는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데도 애플이 사업자간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 법 체계에 맞게 단말기 기능을 개선할 여지가 없다면, 소비자들이라도 제대로된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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