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메가헤르츠)당 연간 21억원. 이달 초 진행된 경매에서 낙찰된 신규 주파수들의 평균 가격이다. 이통 3사가 낙찰받은 신규 주파수 대역은 모두 100㎒. 매년 평균 2100억원을 주파수 할당 대가로 정부에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금액은 신규 주파수에만 해당하는 가격일 뿐이다. 기존 사용한 주파수 대역까지 포함하면 매년 8000억~1조2000억원이 정부통장에 입금된다.
이렇게 거둬들인 주파수 할당 대가는 정보통신진흥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등 정부 재원으로 활용된다. 방송과 ICT(정보통신기술) 발전을 위한 종잣돈으로 쓰이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만큼 쏠쏠한 정부 세입원도 없다. 주파수는 전파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말한다. 공기와 물 같은 무형자원인데도 조단위 세금을 거둘 수 있으니 말이다. 이동통신이나 지상파방송, 라디오, 무전기 등 무선으로 통신하는 모든 서비스는 주파수를 필요로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모두에 나눠줄 수는 없다. 각 나라 정부가 주파수 관리를 전담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정된 주파수 자원으로 용도와 사용주체를 명확히 정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주파수 수요처 중 경매를 통해 사용 대가를 내고 주파수를 쓰는 곳은 통신사가 유일하다. 국가 유한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사용료를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방송 주파수와의 형평성이다. 갈수록 사용료가 올라가는 통신용 주파수와 달리 방송용 주파수는 할당 대가가 없다. 지상파방송이 무료 보편적 공공 서비스란 이유에서다. ‘공공성’ ‘공익성’ 등 지상파방송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분 자체가 점점 모호해진다. 방송-통신 서비스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부 부류만 이용한 휴대전화 서비스는 전 국민의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거실 TV로만 볼 수 있었던 방송 서비스도 휴대전화로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상업재’에서 ‘공공재’로 확장된 셈이다.
지상파방송은 정반대다. 전파를 통해 직접 지상파방송을 보는 가구비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케이블TV와 IPTV(인터넷TV)가 지상파방송 플랫폼을 보완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상파방송을 더 이상 무료 보편 서비스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이들은 매년 유료방송사들로부터 재전송료(아날로그 제외)를 받는다. 또 매번 가격인상안을 두고 유료방송사들과 갈등을 빚는다. 재전송료 인상은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VOD(주문형비디오) 단가 조정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확대에 나서는 양상이다. 영리추구를 목표로 삼은 통신사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들에 주파수 할당 대가를 면제해줄 더 이상의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전 세계 주파수 부족난과 함께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공짜로 쓰는 걸 당연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몇 해 전 태국 정부는 신규 디지털방송 채널에 경매제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다매체 시대, 우리나라에서도 지상파방송을 비롯한 주파수 할당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