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시킨 것 보다 조금 더 잘하거나,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잖아요. 페이스북에선 이런 방식 안 통해요.”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 박기환 모바일 파트너 엔지니어의 말이다.
박 엔지니어는 페이스북에서 일하기 위해 5번의 면접을 봤고, 실제 입사까지 9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옥석을 가려 장기투자하는 페이스북의 인사는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절차를 밟고 들어온 직원에겐 많은 권한과 큰 혜택을 준다는 게 박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바늘 구멍을 뚫고 페이스북에 입사한 직원들은 과연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박 엔지니어는 “페이스북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율성”이라며 “단순하게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업무 공간·내용까지 모두 개개인이 알아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박 엔지니어에 따르면 페이스북 업무 처리 형태는 대다수 한국 기업에서 이뤄지는 ‘톱다운 방식’의 업무 스타일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개발자 A가 새 프로젝트를 사내 게시판에 올리면, 이를 보고 관심을 가진 타 부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프로젝트팀을 구성·운영한다. 이처럼 ‘내 부서일도 아닌 데’라는 식의 부서 간 벽이 없다. 또 본인이 속해 있는 부서의 프로젝트일지라도 관심이 없다면 관련 부서 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박 엔지니어는 페이스북의 이 같은 사내 시스템과 문화에 적응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주어진 일, 납기 일 등 정해진 시간에 맞춰 업무를 보던 한국 대기업 업무 스타일에 익숙하다 보니 페이스북의 자발적이고 유기적인 경영 방식에 적응하는 데 1년 정도 걸렸어요.”
큰 압박이 없다보니 어쩌면 느슨한 업무 처리가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박 엔지니어는 단박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오히려 “업무 분위기가 매우 치열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야간에 열리는 회사 내부 ‘해커톤’(아이디어 경진대회) 대회 때 밤을 꼬박 새우는 열정 넘치는 개발자들이 많아요. 프로그래머들이 마라톤하듯 하나의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죠.”
긴급한 개발 프로젝트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하던 일을 놓고, 이 문제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락다운’(Lockdown)이 발동된다. 이는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에서 일하던 개발자들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곳에 모여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일몰형 개발’ 형태를 뜻한다. 박 엔지니어의 표현을 빌리면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워가면서 이 작업에만 몰두하는 방식이다.
“락다운은 강도가 매우 높은 업무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어요. 뭐랄까요. 매우 힘든 일을 오히려 스스로 즐긴다고 할까요, 도전 자체를 뿌듯해 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에 망설임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내부 지원은 시쳇말로 빵빵하다. 페이스북은 세탁소와 미용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사내에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아침에 드라이크리닝이 필요한 정장을 맡기면 저녁에 찾아갈 수 있어요. 가족들과 함께 회사 내부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죠.”
자율성과 최상의 복지를 보장하는 만큼 성과에 관해선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렇다고 인사에 마이너스 점수를 주는 문책성 평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소속 부서 상사뿐만 아니라 타 부서직원들도 참여하는 ‘다중 리뷰’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평가 초점이 ‘개개인의 실력 개선’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 한국 기업과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예컨대 ‘이 사람과 함께 일할 때 달라졌으면 하는 것’이란 질문에 ”특정 소프트웨어(SW) 코딩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라는 의견이 나오면 코딩전문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어요. 또 코드를 잘못 짜 서비스 오류를 발생시켰을 경우, 해당직원을 문제삼기보단 시스템상으로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죠. 실패를 용인해 주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