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디테일' 안챙긴 출연연 발전방안

류준영 기자
2018.02.01 03: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연수직’을 신설한다는 데 기간이나 예산지원 계획이 있나.”(기자)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현장순회를 통해 만들어가겠다.”(과기정통부 관계자)

“이미 비슷한 학생연구원, 포스트-닥(Post-Doc) 제도가 있다. 연수직의 정확한 정의가 뭔가”(기자)

“속시원한 답을 드리기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과기정통부 관계자)

지난 29일 과천청사 5동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과 기자들이 나눈 대화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국민·연구자중심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브리핑한 자리였다. 이번 발전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출연연 정책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래서 상세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별도의 설명회 자리가 마련됐다. 앞으로의 연구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총론에서 출발했지만 문제는 각론에서 발생했다.

기자들은 ‘10년 단위로 출연연 인력운영계획을 수립한다는 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등 갖가지 문제들이 얽킨 상황에서 가능하겠나?’, ‘연구자들의 행정 부담을 덜기 위해 ‘연구행정직’을 신설한다는 데 기존 행정부서 업무와 뭐가 다른가?’, ‘기존 수직형 조직을 수평화하기 위해 ‘연구모듈형’ 조직체계를 도입한다는 데 제도만 바꾼다고 되겠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측은 “실무자들과 논의하고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던가. 큰 방향만 제시하고 디테일에 소홀히 한 탓에 추상적인 개념만 가득한 ‘공염불 정책’이란 인상을 심어줬다.

사실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과기정통부가 ‘자기추천제’를 발표할 때가 떠오른다. 과기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 참여를 원하는 전문가가 참여의사를 직접 밝히고 스스로 위원 후보로 신청하는 제도다. 1~2주 사이 2000여명에 가까운 신청자가 몰렸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 지가 그때까지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렇게 호응이 클지 예상 못했다며 “(선정기준을)앞으로 만들어야죠”라고 말했다. 선임되면 각종 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며 중요정책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꽤 묵직한 직책이다. 가볍게 다룰 그런 종류의 사안이 아니었다.

모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 급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방증이다. 잘 다듬은 정책일지라도 당초 취지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왜곡되는 사례가 많다. 과기정통부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되 보다 숙성된 정책을 만드는 데 더 공을 들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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