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해외서 걸려온 '010'…보이스피싱 번호변작 못 막나

임지수 기자
2019.08.28 17:35

[보이스피싱, 영혼을 파괴한다]

[편집자주]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어눌한 조선족 어투는 한때 개그의 소재가 될 정도로 우스웠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은 알고도 당할 만큼 첨단화되고 지능화됐다.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피해자의 숫자와 규모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만큼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전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가 깜짝 놀랐다. 상대방은 자신이서울 중앙지검 검사라며 김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던 김씨는 곧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전화를 끊었지만 '010'으로 뜬 번호를 믿고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치밀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070' 대신 '010'이나 '02' 등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부가 발신번호 변작 사전 차단 등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부분 국내에서 인터넷 전화에 가입, 근거지를 두고 있는 해외에서 인터넷을 연결해 전화를 건다. 이 경우 발신번호 앞자리는 '070으로 표시돼야 하지만 '070'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번호를 변작하는 기술이 동원되고 있는 것. 지난 3월 경찰에 검거된 보이스피싱 조직의 경우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를 '010' 번호로 조작하는 서버 관리팀까지 두고 전화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처럼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번호가 국내 번호로 변작되면서 현재 검찰 등 공공기관의 전화번호로 조작하는 경우 미리 기간통신사업자 시스템에 등록해 변작을 사전 차단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또 사전 차단이 어려운 별정통신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발신번호 변작 신고가 많이 접수된 통신사들 대상으로 점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번호가 아닌 일반 전화번호로 변작하는 것까지 사전에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는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용자 편익을 위한 합법적인 번호 변경의 경우 등도 있어 검찰 등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번호로 변경하는 경우를 포함해 모든 변경 번호를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전 관리가 어려운 별정통신사가 범죄에 연루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범죄 연루가 확인될 경우 보다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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