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의 AI(인공지능) 업체 블루닷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일주일 이상 앞서 우한 폐렴 발병사실과 확산경로까지 파악해 관심을 모았다. AI 기반 자연어 처리와 딥러닝 기술로 65개국의 뉴스와 항공 자료, 동식물 질병 자료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블루닷의 창업자는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전염병 전문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세웠다. 물론 블루닷의 알고리듬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지만, AI와 빅데이터가 공중의료, 특히 감염병 예방 및 대응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같은 AI활용 질병예측은 블루닷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미국 구글이 운영한 플루 트랜드와 댕기 트랜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실시간 검색어 기반 독감 및 댕기열 발생정보를 국가별로 제공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5년메르스(MRE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이후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신변종 감염병 예방 및 대응시스템 개발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6년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8개 부처가 공동으로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기존 감염병 R&D가 연구 과제 중심으로 이뤄져 실용화가 미흡했고, 감시나 예측 등 방역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는 투자가 소홀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세부사업 중에는 웹상에서 각 국의 감염병 발생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AI로 분석 및 위험도를 평가해서 보건당국에 알리는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이 포함돼 있다. 캐나다 블루닷과 같은 개념이다. 그러나 2018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중이며 2022년에야 마무리된다. 지난해까지 위치정보를 포함한 감염병 발생정보 수집과 모니터링을 위한 기계학습 시스템 개발이 진행됐고 내년까지 데이터 자동수집 기술개발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이뤄진다. 이어 2022년에야 플랫폼 구축 및 시범사업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수년간은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감염병자가 급증할 경우 감염병 접촉 의심자를 자가 격리해야하는데 이들을 모니터링하는 ICT기반 관리시스템도 아직 개발중이다. 메르스 사태당시 교훈에 따른 것이다. 센서를 통해 격리자의 위치와 신체적 이상징후를 파악하는 시스템인데 현재 기술개발중이며 2021년에야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이와관련 한 의료IT 전문가는 "감염병 징후 조기경보시스템과 감염 의심자 모니터링 시스템은 외래 감염병 차단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시스템이지만 평시에는 예산상 문제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다수의 부처가 참여하고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사업기간을 길게 잡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 실무를 진행하는 방역연계범부처감염연구개발사업단 관계자는 "2016년도에 국과심에서 추진전략이 마련됐지만 세부과제를 정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작업 때문에 시스템 개발은 2018년도 하반기에야 시작됐다"면서 "사업기간이 5년간으로 정해진 것은 여러 부처가 참여하고 새로 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니 그렇게됐고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종 법규 위배 여부 검토에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