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4년간 야박한 대우를 받아온 미국 과학기술계가 이번 대선을 바라본 반응을 종합하면 이처럼 표현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미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은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미국의 영혼을 위한 전투에서 우리는 소설보다 과학을 택한다(In battle for America‘s soul we choose science over fiction)”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역할론을 줄곧 강조해온 민주당의 기조와 바이든의 대권 공약을 보더라도 과학기술 국가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보통신혁신재단(ITIF)·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과학기술정책센터 등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R&D(연구·개발)는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지만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선 확실히 다른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가령 트럼프정부가 ‘셰일혁명’ 기반의 화석연료 R&D 투자에 집중했다면 바이든 후보는 기후변화·클린에너지로 R&D정책을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대선 공약에서 4년간 청정에너지 개발에 1조7000억달러(약 1921조원)를 투입해 1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기후변화 등 글로벌 문제에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차세대 바이오연료 개발에 4000억달러(약 452조원)를 투자하고 150만개의 에너지 효율화 주택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목표 재설정을 주제로 한 회의도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이 유력해진 4일 밤(현지시간) “77일 안에 바이든행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는 일성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은 또 전세계 주요 기후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대한 펀딩을 다시 제공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바이든 집권 후 바이오·의료 R&D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COVID-19)로 촉발된 공중보건 위협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공약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글로벌 보건안보 및 바이오 방어국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KISTEP 과학기술정책센터는 바이든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그린뉴딜 정책과 바이든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연계한 청정기술,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장재 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바이든 후보의 ‘청정에너지·인프라 계획’의 투자부문은 도시·공간·생활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우리나라 ‘그린뉴딜 정책’ 3대 분야와 맞닿아 있다”면서 “부문별로 양국간 협력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 효율화 주택 등 에너지 기반 시설 분야 투자에 따른 국내 기업의 참여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