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넘어도 "성과급 적다" 반발…MZ세대의 반란

오상헌 기자
2021.02.09 13:40

[MT리포트]성과급의 민낯-동기 부여와 불공정 사이 10-⑧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간 실적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중소기업간 협업 시스템과 사내 소통, 공정 이슈도 성과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현주소다. 시장 경제의 한 축을 구성하는 성과보상주의의 신화와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 / 사진제공=SK텔레콤

가까스로 봉합된SK텔레콤노사의 성과급 갈등도 '공정'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의 반발에서 비롯됐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자 SK텔레콤에서도 젊은 노조원들이 줄어든 성과급(IB·인센티브 보너스) 규모와 불투명한 산정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고, 노조가 집단 반발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박정호 CEO(최고경영자)가 타운홀미팅에서 전직원들에게 성과급 기준과 줄어든 배경을 직접 설명하고 노사가 물밑협의를 진행한 끝에 새 성과급 지급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성과급 줄자 "기준 뭐냐" 반발…노사 "성과급 새기준 마련" 합의

SK텔레콤 노사는 합동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세부 지표와 지급 방식을 만들어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9일 합의했다. 노조는 "투명한 성과급 제도 운영을 바라는 구성원의 의견을 회사가 적극 수용한데 대해 환영한다"고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노사가 앞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노사간 화합과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성과급은 현재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 Value Added)를 기준으로 초과분의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한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이자·주주 배당금 등 자본비용을 뺀 순수이익을 말한다. 핵심성과지표(KPI) 등급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인중 하나다. SK그룹 계열사별로 실적과 주가 등을 따져 성과 평가 등급이 매겨진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전년보다 21.8% 늘어난 1조349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주가는 시원찮았다. 지난해 한 때 16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25만원 대로 올라오긴 했으나 전년 S등급이던 KPI가 지난해 A등급으로 밀렸다고 한다. 노조는 최근 "올해 성과급이 작년보다 평균 20% 가량 줄었다"며 성과급 규모 재고와 새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TF에선 EVA 대신 영업이익에 성과급을 연동하는 방안으로 개선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에 앞서 성과급 논란이 벌어진 SK하이닉스 노사도 지난 4일 EVA를 폐지하고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성과보상 투명성 확보 공감", "억대 연봉 대기업, 딴 세상 얘기"
박정호 SKT 사장이 4일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2021년 SK ICT 패밀리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제공=외부

통신업계 안팎에선 공정과 투명·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가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떠오른 만큼 성과 보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통을 늘려가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선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대기업 노사의 성과급 갈등을 두고 "딴 세상 얘기 같다"는 박탈감도 감지된다.

2019년 기준 SK텔레콤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억1600만 원 수준이다. 기본급과 성과급 복리후생비 등을 합한 것으로 금융회사를 제외한 매출액 상위 100대 대기업 중 5번째로 높았다. 통신업계 경쟁사인 KT(8500만 원), LG유플러스(8000만 원)를 훨씬 상회한다. 국내 ICT 업계에서 단연 1위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긴 했으나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의 상황을 액면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이익 규모가 SK텔레콤의 4배에 육박한다. 올해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SK텔레콤은 본업인 통신업 성장 정체의 틈을 새 성장 동력 사업으로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큰 상황에서 성과급 논란이 통신사들의 입지를 좁힐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성과급 불만의 합리성과 정당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논란 자체를 '그들만의 리그'로 보는 푸념도 들린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 대다수가 힘든데 1억 원 넘게 연봉을 받는 여러 대기업에서 성과급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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