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카카오가 22살 네이버(NAVER)를 제쳤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자기 발로 떠난 네이버를 15년 만에 뛰어넘는 매출 성과를 냈다. 최근 문어발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각종 규제의 타깃으로 부각됐음에도 실적만큼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카카오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7408억원, 영업이익 1682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역대 최대 분기실적이다. 비록 분기 영업이익은 네이버(3498억원)의 절반에 머물렀지만 매출은 처음으로 네이버(1조7273억원)를 뛰어 넘었다.
플랫폼 위에서 콘텐츠 날았다…카카오의 진화
동력은 콘텐츠다. 플랫폼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7787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콘텐츠 부문이 84% 증가한 9621억원을 기록했다. 게임·음악·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매출이 플랫폼 매출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신화를 새로 쓴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이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덕분에 게임 사업은 전년 대비 208% 성장한 4631억원을 기록하며, 콘텐츠 사업 비중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오딘'은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말 선보인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4년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호령하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오른 후 출시 110일 만에 누적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하루평균 36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지분 30.37%를 4500억원에 추가 인수, 1대 주주(51.95%)가 될 예정이다.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매출도 47% 증가한 2187억원을 기록하며 힘을 실었다. 지난 5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총 9억5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한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가 연결실적에 편입된 영향이다. 또 '카카오웹툰'은 지난 8월 태국 출시 두 달여 만에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앞서 진출한 네이버의 '라인웹툰'을 꺾었다.
톡비즈, 포털비즈, 모빌리티, 페이, 엔터프라이즈 등 플랫폼 부문 실적 역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카카오톡 기반의 톡비즈 매출이 38% 늘어난 4049억원을 기록했다. 비즈보드, 카카오톡 채널 등 광고형 매출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톡스토어, 선물하기 등이 골고루 성장했다.
영업이익 기대 못 미쳤지만…4분기에도 "공격 투자 기조 변함없다"
분기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다소 부진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카카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잠정기대치; 2224억원)를 훨씬 밑돌았다. 이번 분기 오딘과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 호황에 따른 매출연동비(각종 개발창작사 수수료)와 마케팅비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출연동비와 마케팅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94% 증가했다. 외형 확장에 따라 종속회사 직원이 1만명을 넘는 등 인건비 역시 28% 증가한 3072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4분기에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 극대화보단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지적받은 상생 정책과 관련해서도 일정 부분 지출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4분기는 전통적 매출 성수기인 만큼 모든 분야에서 다시한번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카카오는 관측했다. 특히 플랫폼 부문 매출은 3분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대했다. 모빌리티도 이용자 유입이 3분기 3000만명까지 확대되고,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가 3만대까지 늘어난 덕분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CIO·최고투자책임자)은 "이익 극대화 보다는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 기조와 상생 협력 강화 노력을 이어나가면서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만드는 데에 집중한다는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각광받는 메타버스에 대한 준비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그라운드X 기술력과 회사 콘텐츠 자산을 활용해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전략을 수립해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톡 확장성 앞세워 수익도 극대화...네이버 라인 착시효과도 있어
한편, 카카오는 46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앞세워 금융, 모빌리티, 커머스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왔다. 초기 플랫폼으로서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다 보니 '돈 못 버는 카카오'라는 말도 나왔지만, 최근 2~3년 수익성을 극대화하며 급기야 라이벌인 네이버마저 넘어섰다. 김 의장 본인으로서도 2007년 네이버를 떠난 이후 의미있는 지표를 남겼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지만, 시장은 카카오의 방향성에 손을 들어줬다. 전날 카카오페이 상장으로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직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3분기부터 네이버 연결실적에서 일본 야후와 합작한 라인 실적이 제외된 데 따른 일부 착시효과도 있다. 전 사업부문에 걸쳐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쪽도 네이버다. 결국 양사가 4분기 내놓을 실적들이 향후 경쟁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