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과 '지리산' 뭐가 달랐나...김은희도 못 피한 PPL의 덫

변휘 기자
2021.11.20 07:00

[MT리포트]K콘텐츠 발목잡는 PPL
①시청자 눈높이 달라졌는데…'PPL 프리' 어려운 이유

[편집자주] '간접광고'(PPL)는 K콘텐츠의 딜레마다. 극의 흐름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치솟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선택해 왔던 고육책이다. 그러나 'PPL 프리' 제작환경을 보장하는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이용자들은 유료로 구독하면서 광고까지 보길 원하지 않는다. 국내 PPL의 현주소와 개선책을 짚어본다.
배우 오정세, 전지현, 김은희 작가, 최상묵 촬영감독, 배우 조한철, 주지훈이 13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tvN 새 드라마 '지리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ENM 2021.10.13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네파' 아웃도어, '뉴트리원' 콜라겐, '에그드랍'...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 '지리산'의 한 장면. 매일 산 속을 누비는 구조대원 정구영(배우 오정세)은 후배 강현조(배우 주지훈)에게 '피부 관리 좀 하라'며 대뜸 뉴트리원 콜라겐을 건넨다. 또 지리산 사무실에서 숙소생활을 하는 구조대원 이다원(배우 고민시)은 선배 서이강(배우 전지현)에게 요깃거리라며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드랍을 사다 준다. 누리꾼들은 지리산 관리사무소에서 최단거리 에그드랍 점포가 약 70㎞쯤 떨어져 있다며 실소를 감추지 못한다. 주역들이 매회, 또 신마다 네파 등산복을 바꿔 입는 것도 어색하지만, '지리산이니까' 그나마 위화감이 덜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리산'은 하반기 한국 드라마 최고 기대작이다. 히트작 메이커로 불리는 김은희 작가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한 이응복PD, 배우 전지현과 주지훈 등 화려한 라인업에다 약 300억원의 '역대급' 제작비가 투입되서다. 21일 10회가 공개되는 시점에서 성패를 언급하긴 섣부르다. 그럼에도 PPL 논란은 극의 완성도와 별개로 초반부터 드라마의 발목을 잡았다.

PPL은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 해당 상품을 등장 시켜 홍보 효과를 얻는 광고 기법이다. 2010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본격화됐다. 기업은 상품을 홍보하고 제작사는 제작비를 충당하는 윈윈전략이다. 그러나 과도하고 노골적인 PPL은 극의 내러티브(스토리 전개)를 떨어트리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적당한 선'에서 조절하는 건 늘 골칫거리다.

스타작가 김은희도 PPL 앞에선 자유롭지 않다. 지리산은 물론 시그널 등 그의 전작에서도 PPL 논란은 반복됐다. 다만 상대적으로 드라마와 PPL이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었다는 평이다.

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4/뉴스1

달라진 건 시청자의 눈높이다. 'PPL 프리'를 선언한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경험한 게 컸다. 공교롭게도 김은희 작가의 글로벌 히트작 '킹덤'이 넷플릭스의 PPL 프리 성공 사례다. 킹덤은 시대극이라는 배경 덕분에 애초에 PPL에서 자유롭지만, 그 때문에 국내 제작사들은 손사래를 쳤고 넷플릭스의 지원으로 세상에 나왔다. 작가 스스로도 킹덤에 대해 "PPL을 신경 쓸 필요 없어 자유롭게 썼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유료 구독 서비스인 OTT, 특히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수많은 웰메이드 K-드라마들을 접하면서 시청자 인식이 변했다. '내 돈 내고 보는 드라마에서 왜 광고까지 봐야 하냐'는 불만이 핵심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공짜' 지상파 드라마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은 웬만한 PPL은 참고 넘어가 줬지만, 콘텐츠 유료 구독이 일상인 요즘은 다르다"며 "하다 못해 유튜브에서도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고, 크리에이터가 '뒷광고'를 붙이면 공분하는 게 요즘 시청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PPL 프리는 쉽지않다는 반응이다. 넷플릭스의 전세계 가입자 규모는 올해 10월 기준 2억1400만명에 달한다. 매월 쌓이는 천문학적 구독료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사에 자신있게 'PPL 프리'를 주문할 수 있는 배경이다. 반면, 국내 OTT 유료회원은 많아야 수백만명 수준에 그치고, 한때 K-드라마를 이끌었던 지상파 방송사들도 수익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PPL이 없는게 최선이겠지만 국내 제작 여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PPL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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