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 덕에 한국 드라마 성장..그러나 이젠 바뀔 때 됐다"

김수현 기자
2021.11.20 16:00

[MT리포트]K콘텐츠 발목잡는 PPL
④'PPL 대부' 최충훈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간접광고'(PPL)는 K콘텐츠의 딜레마다. 극의 흐름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치솟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선택해 왔던 고육책이다. 그러나 'PPL 프리' 제작환경을 보장하는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이용자들은 유료로 구독하면서 광고까지 보길 원하지 않는다. 국내 PPL의 현주소와 개선책을 짚어본다.
최충훈 어지니스 대표.

국내 1호 PPL 마케팅 회사 어지니스의 최충훈 대표는 "세계화된 한국 드라마는 국내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마케팅 공간"이라며 "기존 중국, 일본 위주로 PPL 문의가 종종 들어오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쪽에서도 문의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방영되면서 해외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화서 시작한 PPL 드라마로, 2002년 겨울연가가 기점

최 대표는 PPL계 대부로 통한다. 국내에서 처음 PPL 총괄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2010년 PPL 규정이 생기기 전인 1998년부터 PPL사업을 시작했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소품 보조, 카메라 보조, 매니저 등으로 일하다 미국 할리우드의 PPL 사례를 본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드라마 제작사와 기업을 찾아다니며 영화 '이티 (E.T.)'에서 소년이 허시 초콜릿 '리세스 피시스'를 건네는 장면으로 엄청난 매출 상승을 기록했던 사례를 프레젠테이션하며 하나씩 설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초기에는 영화 PPL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드라마 PPL 비중이 훨씬 늘어났다. 영화는 촬영 후 개봉까지가 길고, 개봉 자체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점차 순환이 빠른 드라마로 눈을 돌린 것. 그는 "2002년 겨울연가를 기점으로 PPL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PPL 과용에 대한 비판과 관련 그는 '콘텐츠 생산의 급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 지상파3사만 있었을 때에는 연간 생산되는 콘텐츠가 제한적이어서 소수의 작품에 PPL을 원하는 광고주들이 몰려 제작진의 구미에 맞게 노출했다"며 "반면 지금은 콘텐츠 수가 워낙 많다 보니 PPL을 받기를 원하는 곳이 PPL을 하고 싶어하는 광고주의 수를 훌쩍 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브웨이 ppl

이에 촬영현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최 대표는 "예전에는 PPL을 들고가면 좀 비협조적이었다. '우리가 이걸 왜 해줘야 하지?' 하는 식이었다"며 "지금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게추가 광고주 입맛으로 기울게 돼 과도한 PPL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이를 무조건 제작사와 광고주 탓으로만 돌리면 안된다"면서 근본 원인은 과도한 출연료와 스타 작가의 고료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자본으로 제작하는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제작비를 충당하는 유일한 길은 PPL"이라면서 "점차 해외 자본이 들어오고 해외 판권도 확장돼 제작사의 수익구조가 정상화되면 이 같은 현상은 사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제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과도하게 PPL이 나오는 시장이 썩 좋지만은 않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PPL 시장이 더 커지려면 PPL도 적정선의 수위가 필요하고, 제작사의 수익성에도 적절히 도움이 되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드라마 넘어 PPL 시장 더욱 커질 것..모호한 규제 해소돼야 발전 가능

모호한 현행 PPL 규제도 꼬집었다. 최 대표는 "심의마다 기준이 좀 달라서 난감한 때가 있다"며 "어쩔 때는 괜찮은데 어쩔 때는 사소한 것도 문제가 될 때도 있고, 잣대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저희를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간접광고는 '프로그램의 내용·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고,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규정 위반 여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주관과 재량에 달려 있는 셈이다.

최근 예능 PPL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드라마는 이야기가 있는 극이다 보니 표현에 제약이 있지만 예능은 재미있게 표현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기존에 드라마와 예능의 PPL 비중이 9대 1이었다면, 지금은 6대 4까지 올라왔다.

최 대표는 최근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PPL 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PPL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한국 콘텐츠의 위상에 맞는 PPL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글로벌 파트너사와 해외 콘텐츠에 국내 기업 PPL도 진행 중"이라면서 "국내에서 PPL을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까지 닿을 수 있도록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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