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네이버와 카카오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전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라 이용자가 동영상을 올리기 전에 불법촬영물인지 구분해 전송을 제한한다. 불법촬영물 유통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지만, 이용자 사이에선 '사전검열법'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10일 네이버는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역시 이날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움직이는 이미지나 동영상, 압축파일을 보낼 때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을 적용했다. 단, 사적대화 검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은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예컨대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 동영상을 전송하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수 초 간 검토 작업이 진행된 후에야 동영상이 전송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불법촬영물에 대한 이용자의 신고·삭제 요청 기능을 마련하고 관련 검색결과를 차단해왔다. 이에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필터링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영상물의 특징값(DNA)을 추출한 후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모은 '공공 DNA DB'와 비교해 불법촬영물 여부를 식별해 걸러낸다.
문제는 불법촬영물 유통 온상지였던 텔레그램과 디스코드엔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특히 텔레그램은 법인이 해외에 있어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사적대화가 이뤄지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이번 법 적용대상에서 빠졌다. N번방 유통경로가 된 텔레그램이 정작 'N번방 방지법 사각지대'로 남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이용자들은 실효성 없는 법으로 사적검열을 강화한다고 반발한다. 동영상을 전송하기 전 정부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불쾌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톡 검열 근황'이라는 글을 올린 한 이용자는 "오픈카톡 검열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용자 간 오고가는 이미지를 검열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30대 여성 이모씨 역시 "소수를 대상으로 은밀히 이뤄진 N번방을 막기 위해 오픈채팅방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일반인 대화를 검토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라며 "빅브라더의 재현"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N번방 방지법 개정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N번방 방지법은) 헌법 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는 데다, 텔레그램 등에는 적용이 어려워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인터넷기업이 이용자 정보를 검열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또 정부의 필터링 기술이 법 시행 3개월 전인 8월에야 개발돼 제세 서비스 대상 실증이 부족했던 만큼, 자칫 대규모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N번방 방지법이 입법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