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행정기관 정보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사업에 대해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정부가 민간 클라우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수정하고 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를 쉽게 도입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공공클라우드 전환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행안부가 추진 중인 공공 클라우드 정부 전환 정책은 정부 직영 공공 클라우드 센터 구축에만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1200여개 기관의 1만9개 정보 시스템을 100% 클라우드 인프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미 430개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사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2400억원 규모 예산을 들여 2140개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학계 전문가와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들도 정부 시스템이 공공 클라우드 센터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클라우드 대신 국내 주요 민간 업체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대균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아예 클라우드 전환 결정에 '옵트아웃 방식'(opt-out, 거부 의사가 없으면 기본으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지 않을 때의 명분을 제시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민간 클라우드를 쓰자는 것"이라며 "클라우드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이 정도 수준의 의사결정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공공 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확대하려면 수요기관과 소프트웨어 개발·IT서비스 업계 전반의 클라우드 기술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이 원활히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주성 KT 상무는 KT클라우드에서 작동하는 질병관리청의 COOV(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증명 시스템) 등 공공 서비스가 최근 오류를 겪었던 일을 예로 들며 "클라우드 인프라 자체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수요기관이나 소규모 IT 기업들의 대규모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COOV에 연결된 클라우드 서버에서 감당할 수 있는 트래픽 규모를 최대로 늘리고 사전 테스트도 했지만 정부 사업자로 지정된 소규모 기업이 구축한 애플리케이션 설계 자체가 클라우드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은 정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높이려면 인프라 확충 위주의 정책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민간 기업이 개발한 SaaS 도입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대표는 "현재처럼 무조건 클라우드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 하면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몇개 기업만 성장할 것"이라며 "SaaS와 IaaS (육성) 정책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아직 제약 사항이 존재한다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 국장은 "내년 전환 예정 시스템 중 97% 이상을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 국장은 공공 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위해서는 아직 개선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에는 공공 소프트웨어(SW) 구축·이용료를 산정하려면 정부계약법에 따라 턴키(turn-key·설계시공 일괄 입찰 계약) 방식으로 가격을 정하고 예산을 배정했다. 반면 클라우드는 이용량에 따라 사후 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재 제도로는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행안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내년 1월 중 관련 부처와 업계 관계자들이 소통하는 클라우드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민간 클라우드인 AWS(아마존웹서비스)로 이전한 미국 국방부나 CIA 예를 들며 "미국도 핵심 역량인 전투 역량이나 정보전 역량을 높이기 위해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