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술·군사력 팽창은 한국 근현대사에도 주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우주 분야 확장이 눈에 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 표면적 명분이지만, 우주 기술은 민·군 겸용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현재 일본은 유인(有人) 우주 탐사 계획을 단계별로 이행하고 있다.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와 민간 기업에서 육성한 우주비행사만 15명이 넘는다. 지구 상공 400㎞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과학실험을 수행하며 달·화성 착륙에 필요한 기술을 대비하고 있다.
사람이 지구로부터 평균 38만4000㎞ 떨어진 달이나, 최소 거리일 때만 약 5460만㎞인 화성을 탐사하려면 초정밀 기술이 동반돼야 한다. 로켓과 우주선은 물론 지상에서 이를 관제하고 계산할 수 있는 과학 역량도 뒤따라야 한다.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개발 중인 우주 기술 중요성을 자각해야 하는 이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때 JAXA 연구진을 배석시키거나 직접 미국항공우주국(NASA) 본부를 방문해 협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1년 10월 기시다 내각 출범 후 미국과의 공식 우주 협력 사례만 이미 4차례다.
특히 2020년대 후반 미국과 공동으로 일본인을 달에 착륙시키기로 했다. 미국 주도로 건설될 달 궤도 유인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에는 일본 지분이 절반에 달할 정도다. 일본과 미국은 ISS와 게이트웨이를 전초기지로 삼아 달과 화성 착륙에 나설 것이다.
지금 흐름대로면 한국은 일본인이 달·화성을 탐사하는 모습을 지켜만 볼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올해 우주정거장 '톈궁'을 완공해 유인 탐사 준비에 돌입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다. 나라 밖 정세에 둔감하면 과거와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2045년 화성 유인탐사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구호만 앞세웠을 뿐 2008년 이소연씨 이후 끊긴 우주비행사 재육성, 기술 개발 계획 등 구체적인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 미국은 1960년대 러시아에 뒤처졌을 때 '스푸트니크 쇼크'로 규정하고 우주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우주 최강국 미국이다. 60년 전 미국의 '쇼크'가 한국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