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 누우면 끝?…"희망의 중입자 암치료, 이렇게 진행됩니다"

이창섭 기자
2023.06.13 15:02

[라이징스타닥터: 라스닥]17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국립방사선과학연구소(NIRS)로 연수를 떠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중입자 암 치료를 수행하는 기관에서 직접 배웠다. 그가 배워온 중입자 관련 지식은 2023년, 국내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는 방사선 암 치료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젊은 교수다. 간 전이가 있는 직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면 재발 가능성 등 환자 예후가 더 좋다는 점을 임상 연구에서 밝혀냈다. 금 교수는 "간 전이가 있어도 짧게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유럽방사선종양학회지에 실렸고, 미국 종합 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의 레퍼런스로 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전이성 병변이 있으면 방사선 치료를 안 한다. 지금도 간 전이 직장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는 다른 병원에서는 잘 안 하지만 연세암병원에서는 흔히 하는, 특화된 치료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연수를 마치고 국내에 돌아온 금 교수는 자신이 치료했던 재발성 직장암 환자 성적과 일본의 중입자 치료 데이터를 한데 묶어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중입자 치료의 암 재발률이 15%로 방사선 치료 후 암 재발률(약 30%)의 절반에 불과했다. 치료 후 부작용은 중입자 치료가 4분의1 수준이었다.

금 교수는 "중입자 치료가 좋다는 걸 한 번 더 확인한 연구였다"며 "전향적으로 1대1로 비교한 논문은 아니어서 좋은 학술지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 임상 성적 데이터를 묶어 비교해 발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연수와 연구에서 습득한 지식은 국내 암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지난 12일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의 개소식을 진행했다. 금 교수는 지금도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전립선암 환자의 중입자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의 중입자 '회전형' 치료기/사진제공=연세대학교 의료원

연세암병원은 홈페이지에서 중입자 치료 예약과 상담을 진행한다. 모든 환자가 치료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지금은 전이가 없는 전립선암 환자만 치료받을 수 있다. 진료 예약이 잡히면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환자가 중입자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한다.

치료 자체는 간단하다. 금 교수는 "중입자를 쏘면서 치료하는 시간은 '초스피드'다. 1분 남짓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가 기기에 누워있는 시간은 짧아도 10분이다. 길면 40분 정도 걸린다. 중입자를 쏘기 전 미리 설계한 환자의 자세와 실제로 환자가 누워있는 자세가 1㎜ 오차 이내로 똑같아야 하는데, 이 자세를 잡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금 교수는 "중입자 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 환자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고정구, 셸(Shell·껍데기)을 만든다. 이것을 장착한 상태로 CT를 찍는다"며 "CT 영상을 토대로 가상 공간에서 환자에게 중입자를 쏠 위치를 설계하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입자가 매우 민감한 치료 기기라 누워있는 환자 자세의 오차를 1㎜ 이내로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확도와 안전성을 위해 엄청 애를 써야만 하는 기계이다"고 말했다.

방사선을 쬐는 위치는 날마다 달라진다. 이렇게 12번 방사선을 쬐면 치료는 끝난다. 치료 과정이 끝나면 외래를 다니면서 피검사와 CT 촬영 등 일반적인 암 추적·관찰을 진행한다.

중입자 기기의 국내 도입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꿈의 암 치료'라는 수식어가 유행처럼 붙었다. 금 교수는 "꿈의 암 치료라는 건 과장된 말"이라면서도 "희망의 치료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꿈의 암치료, 중입자 기기를 쓰면 암이 다 낫느냐? 그건 아니다. 그런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기존 방법으로는 소용없었고, 치료가 힘들었던 환자가 중입자로 암을 치유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분에게는 '꿈'이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희망의 치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강력한 무기 하나만으로 암을 정복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 교수는 "어떤 하나의 도구, 강력한 무기 하나 생긴 게 의미가 있겠지만 그게 암 치료의 전부를 대변할 수는 없다"며 "이 무기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전략이나, 의료진 팀워크 등이 조화를 이뤄야 중입자 치료가 암 환자의 생명 연장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은 기계가 돌면서 방사선을 쬐는 '회전형'(겐트리) 치료기를 두 대나 들였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병원이다. 올해 연말과 내년 상반기, 두 대의 회전형 치료기가 차례로 가동을 시작하면 전립선암을 넘어 더 다양한 고형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다음 치료 암종은 간암이나 췌장암이 될 가능성이 크다.

회전형 기기가 가동하면 환자 편의성도 좋아진다. 금 교수는 "고정형 치료기는 환자가 자세를 바꾸면서 중입자를 쬐어야 한다. 어느 날은 앞으로 누웠다가 다음 날은 돌아서 눕고, 그 불편함이 엄청나다"며 "회전형은 환자가 고정되고 기계가 돌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중입자를 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입자 치료 비용은 약 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와 관련해 현재 심사평가원과 협의는 진행되지 않는 걸로 알려졌다.

금 교수는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적정한 수가가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용이 낮아지고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가 가는 건 맞다"라면서도 "보험이 인정돼도 기기를 운영·유지하기 어려운 수가가 적용된다면, 이런 기기를 설치할 기관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와의 '공감'은 금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꼽는 요소다. 환자가 얼마나 아파할까, 가족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공감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해 늘 스스로 상기한다고 했다. 그가 중입자 치료 연구에서 이루고 싶은 것도 '환자 삶의 질 향상'이다.

금 교수는 "중입자 기기가 암치료 성적뿐만 아니라 환자 일상까지도 향상하는 그런 연구를 해내고 싶다"며 "면역항암제와 같이 암 치료에서 새롭게 뜨는 분야와 중입자를 조합해서 더 좋은 치료 성적을 만드는 게 목표이다"고 밝혔다.

[프로필]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1999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이어 동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3년 연세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2007년부터는 연세대학교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강사·임상연구조교수·조교수·부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동대학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이다. 2014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우수학술상 수상, 2016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우수논문상 수상, 2018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ROJ최고인용지수 논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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